청주는 야구열기가 뜨겁기로는 둘째 가면 서러운 곳이다. 한화 이글스의 제2구장인 청주구장이 있는데, 올해는 5경기가 펼쳐지게 된다. 2012년 대전구장 개보수 공사로 시즌 초반 잠시 청주구장을 홈으로 쓰기도 했던 한화는 '사실상 원정 경기'라며 청주 경기를 늘리는 것에 미온적인 반응이지만, 한화가 청주를 찾는 날이면 시 전체가 들썩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화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은 청주구장에서 벌어진다. 이미 인터넷 예매표는 전석 매진, 현장에서 판매하는 취소표라도 얻으려는 청주 야구팬들은 경기 시작 5시간 전부터 한여름 불볕더위를 감수한다. 덕분에 14일과 15일 청주구장은 1만석 모두 매진을 달성했고, 한화는 올해 15번 홈 매진을 이루면서 구단 역사상 최다 만원기록을 경신했다.
청주 팬들의 뜨거운 관심에 한화와 롯데는 명승부로 답했다. 14일에는 한화가 9회말 끝내기 안타로 4-3 승리, 15일에는 연장 10회초 김주현의 대타 끝내기 홈런으로 롯데가 승리를 챙겼다. 이제 양 팀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는 16일 시리즈 최종전이다.

그런데 이러한 청주의 뜨거운 야구열기에 찬물을 붓는 장면이 있었다. 바로 청주구장 마운드다. 14일 한화 선발투수 미치 탈보트는 3회 공을 던지다 갑자기 발로 마운드를 고르기 시작했다. 흙이 파이면서 마운드를 높이기 위해 쌓았던 돌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만약 탈보트가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공을 던졌다면 부상을 유발할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탈보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돌을 집어 뒤로 던졌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다. 청주구장은 연간 5경기만 열리는 소규모 야구장이지만, 그래도 KBO 리그 1군 경기가 벌어지는 곳이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작은 것 하나부터 챙겨야 한다.
청주시는 최대한 많은 1군 경기를 유치하고자 노력한다. 2013년에는 구장 좌석수를 늘리고 천연잔디를 인조잔디로 바꿨으며 지하 불펜을 새로 지었다. 여기에만 42억원이 들었다. 그리고 작년 시즌이 끝난 뒤에는 '홈런 공장'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10억원을 들여 중앙펜스를 기존 110m에서 115m로 늘렸다. 청주시에서 예산을 투입해 청주구장을 개보수하는 최종 목표는 더 많은 1군 경기를 치르는 것이다.
구장을 개선하고자 하는 청주시의 노력은 결코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시설만큼 중요한 게 관리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워낙 경기를 뜸하게 하다보니 (마운드 흙이 파이는)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야구 열기만큼은 어느 곳 부럽지 않은 청주구장이지만, 마운드 만큼은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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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