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청주구장에 새로운 영웅이 한 명 탄생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 9년 차 외야수 김주현(27)이 그 주인공이다. 김주현은 한화전에서 10-10 동점이었던 연장 10회초 1사 2루 상황에서 대타로 등장, 권혁을 상대로 결승 투런포를 터트렸다. 팀의 12-10 승리를 이끈 한 방이었다.
이 홈런은 김주현의 1군 데뷔 첫 홈런이다. 지난 2007년 KIA 타이거즈에 2차 6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했지만 1군의 벽은 높았다. 2008년 1군에서 단 2경기에 출전했고 5타수 1안타만을 기록한 뒤 오랜 시간동안 1군에서 떠나 있었다.
2009년 KIA에서 방출된 김주현은 2010년 롯데에 노크,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원래부터 타격에는 재능이 있었던 김주현은 한때 2군 팀 홈런 1위를 달렸다. 그렇지만 1군의 벽은 여전히 높았고, 2011년 군입대를 선택해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

계속해서 신고선수 신분으로 롯데에서 뛰던 김주현은 2014년 드디어 정식선수가 된다. 그리고 지난 해 1군 9경기에서 12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김주현이 다시 타격 재능을 터트린 건 올해 퓨처스리그에서다. 49경기에 출전, 타율 3할3푼에 5홈런 31타점을 기록 중이다. 덕분에 올해는 가장 많은 12경기에 출전하면서 대타로 조금씩 기회를 얻고 있다. 그리고 15일 결정적인 한 방이 터진 것이다.
경기 후 김주현을 만났다. 상기된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이한 김주현은 "맞는 순간 넘어갈 줄 몰랐는데 홈런이 되어 나도 놀랐다. 2군에서 할 때 처럼 편하게 스윙하려고 했던 점이 주효했다. 최근 타격감이 좋았는데 어제 오늘 대타로 나와 작은 결과를 내어 기분이 좋다"면서 "2군에서의 성적은 꾸준히 좋은 편이었고 특히 올시즌 2군 성적이 좋았지만 1군에서 결과를 내지 못해 마음고생도 있었다. 앞으로 좋은 모습 꾸준히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로 감격을 전했다.
프로 데뷔 9년 차, 김주현이 홈런을 친 뒤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부모님이었다. 서울 출신인 김주현은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다. 김주현에게 '누가 가장 먼저 생각났냐'고 묻자 그는 "부모님 생각이 정말 먼저 나더라. 9년 동안 프로에서 변변히 보여주지도 못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터질 듯한 감정을 애써 참는 게 눈에 보였다.
롯데 2군에서 올라 온 타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모토니시 코치님 덕분"이다. 김주현 역시 "모토니시 코치님 조언 덕분이다. '힘이 좋으니 너무 큰 스윙을 하지 말고 앞에서 짧게 쳐라'고 말씀 해주셨는데 그게 잘 통한 것 같다"고 했다.
김주현은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2일 마산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1군에 합류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알고보니 1군에서 제외된지 열흘이 안 됐었다. 결국 김주현은 다시 상동구장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김주현은 "오히려 잘 됐다. (처음 1군에 합류하라 했을 때는) 타격 컨디션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다시 상동구장으로 갔고, 컨디션을 끌어 올려서 1군에 돌아왔다. 덕분에 오늘과 같은 좋은 일도 있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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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