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최준석은 올해 주장과 4번 타자라는 중책을 두 개 동시에 맡았다. 팀 성적이 떨어지며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는데다가 4번 타자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이종운 감독의 지적까지 더해졌다.
최준석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볼넷을 얻어 낸 선수다. 15일까지 64개의 볼넷을 골라냈다. 보통은 초구를 지켜보고, 뛰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투수들을 괴롭힌다. 그런데 이 점 때문에 이 감독은 최준석을 4번에서 5번으로 내렸다. 찬스에서도 너무 신중하게 승부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준석은 이번 한화 이글스 원정 3연전부터 5번으로 타순이 내려갔다. 이 감독은 "최준석도 4번 자리에서 물러나게 돼서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걸 계기로 느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롯데에서 가장 선구안이 좋은, 그렇지만 신중했던 4번 타자 최준석은 5번 자리에서 방망이를 달구기 시작했다. 14일 경기에서는 4타수 2안타 1타점을 쳤고, 특히 8회초 무사 1루에서는 초구를 공략해 청주구장 가운데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를 날렸다.
최준석이 한 번 타격감을 잡으면 쉽게 식지 않는다. 15일 경기에서도 여전히 그의 타격감은 뜨거웠다. 2-3으로 끌려가던 4회초 무사 1루에서 좌중간 2루타로 가볍게 동점을 만들더니 4-5로 끌려가던 5회초 2사 1,3루에서 박정진을 상대로 천금같은 역전 스리런포를 날렸다. 한화 배터리는 먼저 볼 3개를 던지며 타격감이 좋았던 최준석과 신중하게 승부를 했지만 4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5구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 존에 넣었고, 최준석이 이를 놓치지 않았다.
7회 롯데의 추가점도 최준석으로부터 나왔다. 1사 2루에서 이번에는 깔끔한 우전안타로 황재균을 홈으로 불러 들였다. 4타수 3안타 5타점, 올 시즌 최다 타점을 기록하면서 롯데의 12-10 승리를 이끌었다. 타선 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롯데, 전반기 종료를 앞두고 최준석이 살아난 건 분명한 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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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