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으로 시작해서 전략으로 끝나는 사람.” 15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지밸리컨벨션홀에서 열린 ‘넷마블 투게더 위드 프레스’(Netmarble Together with Press, 이하 NTP)’에 참석한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스스로를 이와 같이 표현했다.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 설립 이래 언론 노출이 적었던 넷마블 창업자인 방준혁 의장이 최근 행보를 달리하고 있다. 1~2년 새에 공개석상에 종종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방 의장은 이에 대해 “사업이 잘 돼서”라고 짧고 굵게 답했다.
여기에는 넷마블 설립 초기에 받았던 오해와 15년 역사상 겪었던 2차례의 위기라는 배경이 있었다. 방 의장은 ‘NTP’ 행사 자리를 빌려 15년 동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담하게 털어놨다.

2000년 3월 넷마블은 후발주자로 업계에 발을 들였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라는 두 공룡을 비롯해 당시에는 수많은 업체들이 춘추전국시대를 펼치고 있는 시기였다. 그렇다 보니 넷마블의 미래를 밝게 점치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1년 뒤부터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넷마블’이라는 유령회사가 등장했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트래픽은 많은데 주변에 실 사용자를 보지 못했다는 것, 여기에 2002년에는 순이익이 158억 원을 돌파했다는 소식까지 들여오니 소문만 더욱 무성해졌다.
넷마블은 처음부터 남성이 과반수인 하드코어 유저가 아닌 청소년과 여성을 주요 타깃 층으로 삼았다. 기존 업체들과 노선을 달리 한 것. 업계 최초의 게임 포털 서비스를 시작한 것에 이어 2001년에는 또 업계 최초로 온라인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개시했고, 이듬해에는 ‘캐치마인드’부터 모든 온라인게임에 부분유료화를 도입했다.

신규 유저 유입과 기존 유저의 이탈을 막기 위해 편의성도 도모했다. 한번의 로그인으로 모든 게임 사용 가능한 ‘싱글 사인 온’도 적용했고, 각 게임마다 런처를 받는 번거로움을 없앤 통합 플러그인 시스템을 선보였다. 넷마블은 코어유저를 모아 매출을 올리고, 유통회사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였다.
잘 나가는 듯싶었다. 그러다 2006년 방 의장이 떠나고, 2007년부터 넷마블은 급격하게 쇠락하기 시작했다. 2011년까지 론칭한 신규 게임이 31개나 됐지만 그 중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SD 건담’ 하나뿐이었다. 그것도 중박에 불과했다. 원인은 과거 성공사례에 의존, 변화와 도전을 꾀하지 않은 안일함 때문이었다. 카드게임과 ‘서든어택’만 바라보고 있다가 카드게임 규제와 ‘서든어택’ 재계약 실패는 넷마블을 더욱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 2007년~2011년 위기 극복, '죽기살기'
결국, 2011년 6월 방 의장이 돌아왔다. 어머니 상 중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복귀했다. ‘전략가’인 방 의장은 돌아오자마자 목표와 전략을 세웠다. 모바일 게임이 해답이었다. 사제 400억 원을 투자해 CJ게임즈를 출범시켰다.
사원에서부터 경영진까지 직원간의 소통과 직군별 전문역량 교육을 강화하고, 핵심기술을 개발, 온라인게임의 퍼블리싱 운영체계 적용, 전체 프로젝트 중 15~30% 비중으로 전략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렇게 탄생한 대표작이 ‘다함께 차차차’ ‘몬스터 길들이기’ ‘모두의 마블’이다.
신성장동력인 모바일 게임 산업이 활기를 띠자 자연스럽게 세계 무대가 눈 앞에 놓여있었다. 세계 무대를 상대하려면 CJ그룹에서의 이탈이 필수였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넷마블의 손을 잡아주는 이가 그 어느 누구도 없었다. 방 의장은 “정말 힘들었다. 회사는 힘든데, 자금은 없었고, 그룹도 도와줄 상황은 아니었다. 매각설이 나올 정도였지만 천 몇 백억 원 얘기가 나와도 아무도 나서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넷마블은 해외로 눈을 돌렸고 몇몇 업체 중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글로벌 업체를 뒤로 하고 중국의 텐센트를 선택했다. CJ그룹을 나오기 위해서는 최소 4000억 원이 필요한데, 텐센트가 5억 달러 투자 의사를 밝힌 것. 당시 환율로 5300억 원. 한국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1000~2000억 원이 최대였다.
또 하나, 이왕 선택하는 김에 넷마블은 강력한 경쟁자가 파트너가 되길 원했다. 경쟁자이자 동시에 막강한 협력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 덕에 넷마블은 보다 수월한 중국 시장 진출 발판도 마련하게 됐다.
▲ 이제는 글로벌 시장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넷마블은 글로벌 IP 게임 개발을 첫 단계로 삼았다. 최고매출 누적금액 4000억 원 돌파 이력의 ‘모두의 마블’에 디즈니라는 글로벌 IP(지적재산권)를 끌어들였다. 또, 일본으로부터 중화권에서 온라인게임 유저가 2억 명에 달하는 ‘스톤에이지’ IP도 사왔다. 마블과 엔씨소프트 등 유명 메이저 IP 업체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 기반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프로젝트S’, 언리얼엔진4를 이용한 손안의 콘솔게임 ‘프로젝트P’, 애니메이션 RPG ‘프로젝트 스톤에이지 비긴즈(가칭)’ 등 내년 상반기까지 총 31종의 신작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 중 18종은 올 하반기 중으로 만나볼 수 있으며 이와 함께 ‘세븐 나이츠’ ‘레이븐’ 같은 성공작들의 글로벌 진출도 이뤄진다.
더불어 게임에 따라 유저들을 파악, 각각의 유저들 성향과 이용 패턴에 따라 게임을 안내하는 ‘콜럼버스’를 올 연말에 출시해 넷마블의 역량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콜럼버스’는 유저들의 잔존율을 높이기 위해 게임이 아니라 서비스 엔진에 AI(인공지능)를 적용하는 프로젝트다.
끝으로, 방 의장은 “저는 전략으로 시작해서 전략으로 끝나는 사람이며 단기부터 중·장기, 상·하반기, 분기별, 일본·중국 등 시장 별 미래 예측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목표 세울때 누구나 실현 가능한 현실이 아니라 꿈으로 세워야 동기부여가 된다”며 “남들이 했던 전략은 승부를 볼 수 없기 때문에 혁신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황에 맞춰 전략을 유연하게 변경하면 될 뿐, 제일 중요한 것은 스피드, 늦으면 끝이다”라고 말했다.
넷마블은 올초 설정했던 올해 목표 매출인 1조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j@osen.co.kr
첫 번째 사진은 백영훈 사업총괄 부사장, 방준혁 의장, 권영식 대표이사, 이승원 글로벌&마케팅총괄 부사장(왼쪽부터)./ 넷마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