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5개 구장에서 일제히 열린 경기들을 끝으로 KBO리그가 올스타 휴식기에 들어갔다. 매년 그렇듯 이번 시즌 역시 역사에 남을 대기록들이 많이 작성되고 있다.
뭐니뭐니 해도 전반기에 가장 화제를 모았던 대기록은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의 통산 400호 홈런이었다. 이승엽은 지난달 3일 자신에게는 '약속의 땅'이나 다름이 없는 포항구장에서 구승민(롯데)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작렬시켜 국내 무대에서의 400번째 홈런을 기록했다. 구승민은 피하지 않는 당당한 승부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역사적인 홈런볼을 얻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일본 진출 이전인 2003년 그의 시즌 56호 홈런볼을 잡기 위해 잠자리채 부대가 외야 관중석에 진을 쳤던 것과 같은 풍경이 이번에도 펼쳐졌다. 이승엽은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제 2 홈구장인 포항에서 KBO리그 최초 통산 400호 홈런을 쏘아 올려 전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현재까지 한국과 일본에서 때려냈던 홈런을 모두 합하면 통산 564홈런으로, 은퇴 전까지 한-일 통산 600홈런도 불가능은 아니다.

홍성흔의 통산 2000안타 역시 우타자로는 KBO리그 최초의 기록이기에 값지다. 홍성흔은 지난달 14일 잠실 NC전 4타수 2안타로 2000안타 고지에 등정했다. 2000안타는 이전까지 4명(양준혁, 전준호, 장성호, 이병규)이 해냈지만, 우타자 중에서는 홍성흔 이전까지 누구도 이 기록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1999년 데뷔해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기에 가능했던 기록이다.
삼성은 기록잔치를 벌였다. 일본과 미국에서도 활약했던 임창용은 KBO리그에서만 200번째 세이브를 수확했다. 100승-200세이브를 모두 해낸 것은 김용수(은퇴) 외엔 처음이다. 장원삼은 역대 2번째로 100승을 거둔 좌완이 됐다. 송진우(은퇴, 210승) 이후 최초다. 이외에도 불펜투수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안지만은 34경기 만에 20홀드를 달성해 최소경기 20홀드 기록을 35경기에서 한 경기 앞당겼다. 종전 기록 역시 자신의 것이었다.
4월 9일은 대기록의 날이었다. 유네스키 마야(전 두산)는 통산 12번째,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2번째 노히트노런을 이뤘고, 광주에서는 에릭 테임즈(NC)가 통산 17번째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했다. 누적 기록이 아닌 한 경기로 만들 수 있는 대기록 중에선 마야의 노히트노런이 올해 들어 가장 인상적인 것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마야는 현재 KBO리그에서 볼 수 없는 추억 속 인물이 되고 말았다.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투수가 시즌 중에 퇴출된 것은 처음이다.

대도들도 멈추지 않고 힘차게 달리고 있다. 이대형(kt)은 11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로 여전히 스피드가 살아 있음을 과시했다. 같은 시대에 도루왕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기도 했던 이종욱(NC), 정근우(한화)도 10년 연속 꾸준함을 이어왔다. 오재원(두산)도 8년 연속으로 10도루를 넘어서며 선배들을 쫓아가는 중이다.
부모님을 두 배로 기쁘게 했던 선수들도 있다. 나성용(LG)-나성범(NC) 형제는 지난달 2일 마산에서 벌어진 양 팀의 경기에서 각자 홈런을 하나씩 날렸다. 형제가 같은 경기에서 홈런을 친 것은 통산 2호이며, 다른 팀에 속한 형제로는 KBO리그 역사상 처음이다. 우산장수와 짚신장수를 동시에 둔 부모도 만족시킬 만한 결과였다.
아쉽게 전반기에 달성되지는 못했지만, 박병호(넥센)는 홈런 1개만 추가하면 이승엽, 타이론 우즈(은퇴)에 이어 역대 3번째로 4년 연속 30홈런이라는 금자탑을 쌓는다. 올해도 홈런왕과 타점왕을 석권하면 이 역시 4년 연속인데, 지금껏 KBO리그에서 홈런왕과 타점왕을 동시에 4년 연속으로 가져간 선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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