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낮 기온이 36도에 육박하던 지난 주 토요일. 웬만한 직장인들이 일주일만의 늦잠을 즐기고 있는 시간, 현대차 ‘i30’부터 포르쉐 ‘911’까지 약 30대의 차량이 허허벌판 수준의 드라이빙 교육장에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모두 장순호 감독을 비롯한 프로 레이서들로부터 주행 기술을 배우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움직인 이들이었다.
지난 11일 경기 화성시 송산면의 한국교통안전교육센터에서 ‘제 1회 XTM 드라이빙 스쿨’의 1차수가 진행됐다.
운전 하나 해보겠다고 모인 약 30명의 참가자들은 A부터 C조로 나뉘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프로그램은 ‘긴급탈출’ ‘슬라럼’ ‘원선회’ ‘8자 주행’ ‘레인 체인지’ ‘젖은 노면 급제동’ ‘짐카나’로 구성됐다. 각 조 마다 담당 강사가 있었으며 B조는 CJ슈퍼레이스 슈퍼 6000클래스에 출전 중인 팀 106 소속 정연일 선수가 맡았다.

▲ 긴급탈출
기자는 B조로 배정돼 가장 먼저 긴급탈출 체험을 했다. ‘긴급탈출’은 드라이빙 스쿨이 열린 한국교통안전교육센터의 황운기 원장이 직접 진행했다. 황운기 원장은 25년 역사의 국내 모터스포츠 1세대 레이서이자 CJ레이싱팀에서 활약 중인 황진우 선수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국내에 단 한대밖에 없는 긴급탈출용 차량은 전복 상황과 탈출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 차량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단단히 채우고 OK 사인을 보내자 황운기 원장은 인정사정 없이 차량을 돌리기 시작했다. 다람쥐 쳇바퀴마냥 돌아가는 차 안에서 오로지 안전벨트에만 온 몸을 맡겼다. 그 중에서도 특히 복부에 위치한 안전벨트가 몸을 잡아주는 역을 했는데,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다면 차량이 도는 동안 내부에서 몸이 어찌 됐을지 상상만으로도 아찔했다.
황운기 원장은 체험차량을 뒤집은 채로 회전을 멈췄다. 탈출을 할 차례였다. 우선, 문을 연 뒤 양 다리와 왼쪽 팔로 바닥(원래대로라면 차량의 천장)을 지탱하고, 오른손으로 안전벨트를 푼다. 그리고 조심스레 운전석에서 빠져 나온다. 쉬워 보이지만 체험은 최상의 상황으로 연출된 체험일 뿐, 실제로 사고 상황에서 차량이 전복된 경우라면 루프와 필러, 도어 등이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 슬라럼
이후, 이어진 프로그램들은 아우디의 ‘A3 스포트백’으로 진행, 차량 이해도와 주행 스킬 향상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들이었다.
슬라럼은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라바콘을 좌우로 재빠르게 빠져나가는 코스로, 라바콘을 기준으로 진입과 탈출 시의 액셀과 브레이크 타이밍, 그리고 스티어링휠의 정확한 조종이 요구된다. B조 담당인 OO 강사는 “진입하려는 라바콘 바로 뒤를 쳐다보고 라바콘과 운전석이 수평이 되기 전에 액셀을 놓고 진입 후 꺾었던 스티어링휠을 180도로 되돌려주는 것을 반복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풀어서 설명하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발, 손, 발, 손 순으로 움직이면 연습이 거듭될수록 저절로 몸이 더 매끄러운 방향으로 움직인다. 슬라럼은 ‘급한 성격’과 ‘과도한 의욕’만 제어한다면 ESC(차량제어장치)를 장치를 꺼도 차량이 크게 밀리지 않고 다음 코스로 넘어갈 수 있다.

▲ 원선회
‘원선회’는 속도와 스티어링휠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코스였다. 같은 속도로 360도의 원을 돌아도 스티어링휠의 각도가 작은 경우가 주행이 훨씬 수월했으며 언더스티어링이 발생하는 횟수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속도가 더 빨라도 조향각이 작을 때 더 깔끔하게 돌 수 있었다.
모두가 같은 맥락이다. 속도가 붙은 채로 더 깊숙이 코너를 돌아야 한다면 스티어링휠을 꺾기 보다는 액셀에서 발을 때 속도를 늦추던가 스티어링휠을 조금씩 180도로 돌려주면 된다. 이로도 부족하면 둘을 동시에 하거나 브레이크로 속도를 낮춰주는 것이다. 속도가 붙은 채로 스티어링휠을 무리하게 꺾으면 관성이 작용해 차량이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보다는 바깥으로 밀리는 ‘언더스티어링’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언더스티어링 현상이 발생하면 앞서 언급한 방법들을 활용하면 된다.
▲ 8자 주행

‘8자 주행’은 슬라럼과 원선회가 합쳐진 코스라고 보면 된다. 슬라럼에서 습득한 진입과 탈출, 원선회에서 얻은 깔끔한 곡선 주행이 연이어서 등장한다. 진입시 액셀을 과하게 밟으면 브레이크를 밟는 타이밍이 늦어지고, 그 만큼 곡선의 각도가 커져 이를 돌기 위해 스티어링휠을 더 꺾게 되고, 그렇게 되면 차량 후면부가 밀리면서 언더스티어링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면 대개의 운전자들은 남은 곡선을 더 돌기 위해 스티어링휠을 꺾게 되는데 이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꼴이다. 원선회에서 배운 방법을 써야한다. 액셀에서 발을 떼고, 스티어링휠을 풀어야 한다.
슬라럼과 원선회, 8자주행은 모두 연장선 상에 있다. 정연일 강사는 “모든 교육을 마치고 나면 전보다 더 부드럽게 코너 주행을 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 나아가 이전에는 60km/h로 돌았던 코너를 100km/h로 돌아도 더욱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레인 체인지
레인체인지는 ‘회피’ 상황을 가정하고 이뤄진 교육이다. 2차선으로 주행 중인데, 전방에 갑작스런 사고나 장애물이 발생했을 경우 1차선으로 ‘급’ 차선을 변경하는 것이다.
레인체인지는 풀액셀 후 양쪽의 라바콘이 차선을 대신하는 직진 코스 진입과 동시에 액셀에서 발을 떼고(브레이크는 밟지 않는다), 직각 수준으로 꺾인 왼쪽 코스로 진입 후 다시 오른쪽으로 스티어링휠을 90도 이상 돌려 2차선으로 돌아오는 식이다. 정연일 강사는 “조수석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임하세요”라고 설명,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그 어떤 설명보다 정확하게 와 닿았다.
▲ 젖은 노면 급제동

마른 노면과 젖은 노면에서 풀액셀 후 풀브레이킹을 했을 때 차체가 밀리는 정도의 차이도 알아봤다. 5m 간격으로 라바콘이 놓여 있어 밀리는 정도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었다. 노면뿐만 아니라 ESC 유무에 따라 같은 조건에서도 달라지는 브레이크 성능을 직접 느껴볼 수 있었다. ESC 마른 노면, 마른 노면, ESC 젖은 노면, 젖은 노면 순으로 5m씩 제동거리가 길어졌다.
이어 종일 배운 기술들을 한 번에 펼쳐보는 짐카나가 이어졌다. 전 참가자의 랩타임을 기록, 1등에게는 타이어 교환권이 상품으로 주어지는 만큼 참가자들의 의욕은 대단했다. 경기가 진행되면서 상위권에 든 운전자들은 시범을 보인 강사만큼이나 ‘깔끔’한 주행 능력을 보여줬다.
교육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수록, 경험이 많을수록, 그리고 차분하게 임할수록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는 평소 일반도로에서 운전할 때 안전하게 주행을 즐기기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더불어 느낀 것은 긴급상황에서의 대처는 반복적인 학습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극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냉정한 판단이 어려워지고, 긴박한 이럴 때는 몸에 밴 습관들이 무의식 중에 발현되기도 한다. 평상 시 안전하고도 안정적인 주행환경뿐만 아니라 드라이빙 스쿨을 통한 주행 연습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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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홀릭 김학수 기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