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에 대한 계산보다는 어린 투수들이 좋은 경험을 쌓도록 해야 한다”.
kt 위즈가 올스타 휴식기 전까지 86경기를 치르면서 28승 58패(승률 3할2푼6리)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 1할대 승률 붕괴 위기까지 겪었지만 트레이드, 외국인 선수 교체 등의 카드를 꺼내들며 반전 시나리오를 썼다. 그 결과 승률이 3할까지 올라갔고 이제는 형님 구단들을 위협하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그렇다면 조범현 kt 감독은 첫 시즌의 전반기를 어떻게 평가할까. 조 감독은 17일 OSEN과의 전화 통화에서 “처음 출발했을 때 부족함이 있었고 걱정스러웠다. 시즌을 시작하니 역시 기존 구단에 비해 실력이 많이 차이나서 초반에는 힘들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조 감독은 “투자라는 게 갑작스럽게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트레이드, 용병 교체로 선수단 분위기를 바꿨다. 물론 아직 진행 과정에 있지만 전반기를 마치는 시점에서 시즌 초보다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희망적이다”라고 설명했다.

kt는 올 시즌 3차례의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주전 포수 장성우, 주전 외야수 하준호 오정복 등을 영입했으며 마운드에서도 필승조 홍성용을 얻을 수 있었다. 전력 외적인 면에선 하나의 팀이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 조 감독 역시 “4월과 전반기 마칠 무렵을 비교하면 선수들의 ‘팀에 대한 생각’이 많이 생겼다. 초반에는 자기중심적인 생각이 많은 것 같았는데 점차 바뀌었고,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라고 평가했다.
조 감독은 전반기 MVP로 투수 장시환을 꼽는다. 그리고 전반기 가장 빠르게 성장한 선수에 대한 질문에도 장시환을 언급했다. 장시환은 지난해 보호선수 20인 외 특별지명을 통해 넥센에서 kt로 이적했다. 그리고 올 시즌 33경기에 출전해 5승 3패 9세이브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 전천후 필승주로 자리 잡았다. 데뷔 9년 차에 드디어 잠재력이 폭발했다. 조 감독은 “처음에는 대부분 선수들이 계산이 안 됐다. 시환이 같은 경우도 물음표였다. 발전 가능성만을 보고 선택했는데 본인이 너무 잘 견뎌주고 열심히 잘 해줬다”라고 칭찬했다.
막내 kt는 조 감독의 조련 속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조 감독의 눈에는 부족한 점이 눈에 띄는 게 사실. 특히 시즌 내내 언급했던 ‘절실함’을 재차 강조했다. 투수들이 쉽게 점수를 주는 경우에는 금세 1군 엔트리서 제외되기도 했다. 조 감독은 “절실함에서 아쉬움이 있다. 예를 들어 정대현이 1회에 2점을 줬는데 교체시켰다(15일 잠실 두산전). 첫 타자부터 사구, 그리고 견제 미스를 했다. 이어 1루가 비었는데 제일 잘 치는 타자한테 쉽게 승부해서 적시타를 맞았다”면서 “경기를 할 의욕이 있는지, 아니면 그냥 던지기만 하고 있는 건지란 생각이 들었다. 나부터 코칭스태프까지 절실함을 가지고 해야 할 일이 많은 팀인데, 자기중심으로 야구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런 점을 본다면 kt의 젊은 선수들은 여전히 많은 관제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시즌 초반에 비하면 기존 구단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있는 것이 사실. 이제는 ‘4할 승률’ 혹은 ‘탈꼴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 감독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승률이나 탈꼴지는 시즌이 끝나면 당연히 평가받게 돼있다. 그런 계산보다 중요한 건 투수 쪽에서 어린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쌓게 하고 부상 없이 프로에 대한 적응을 잘 시키면서 내년에 대한 계산을 지금부터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 감독은 “애당초 시즌 시작부터 올 시즌 선수들을 적응시키고 내년에 기존 구단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면서 “전반기가 끝날 때쯤엔 좋은 경쟁력을 펼쳤다. 하지만 1경기, 1경기 열심히 하되, 성적보다는 내년을 겨냥해서 운영하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아직 어린 선수들이 즐비한 마운드의 성장에 기대를 걸었다. 전반기에 돌풍을 일으킨 kt가 후반기에는 또 어떤 선수들을 키워낼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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