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나는 백업 선수다. 자리를 잡은 선수가 아니다. 내 장점을 부각시켜서 보여드려야 한다.”
상무 내야수 하주석(21)이 한화 이글스의 유틸리티맨으로 부상하려고 한다. 수비에서 내외야를 모두 소화하고, 출루 중심의 타격을 하면서 빠른 다리를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고교시절 초대형 내야수라는 평가에 젖어 있기 보다는, 현실을 바라보고, 1군 무대 생존을 목표로 삼았다.
하주석은 지난 1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신성으로 떠올랐다. 드림팀의 1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장, 2안타 2사사구 1타점 1득점 1도루로 네 차례나 출루, 팀의 6-3 승리를 이끌면서 MVP로 선정됐다. 수비에선 4회부터는 좌익수에서 3루수로 이동했고, 7회부터는 중견수로 또 자리를 바꾸며 변화무쌍했다. 상무에서 2년 동안 자신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단 한 경기에서 모두 보여줬다.

사실 성적만 봐도 하주석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하주석은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할7푼 5홈런 31도루 55타점 65득점 OPS 0.995(출루율 0.430·장타율 0.565)를 기록 중이다. 도루 부문 퓨처스리그 전체 1위에 올라 있고, 남부리그 타율 2위, 최다안타 공동 1위에 올라있다.
퓨처스 올스타전 MVP 수상 후 하주석은 “아직 나는 백업 선수다. 자리를 잡은 선수가 아니다. 내 장점을 부각시켜서 보여드려야 한다”며 이번 경기에 임한 각오를 전했다. 이어 “상무에 와서 가장 발전한 것은 타격인 것 같다. 지난겨울 내 타격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해서 돌아보면서 거의 모든 것을 다 바꿨다. 배트를 잡는 것부터 스윙까지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홈런보다는 살아나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다리도 빠르니까 출루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 홈런도 일단 맞혀나 나오는 것 아닌가. 당장 홈런타자가 되는 것보다는 안타를 치고 나가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내외야를 모두 소화하는 것을 두고는 “갑자기 감독님께서 외야수비를 해보자고 하셨다. 외야수비는 시작한지 3주 밖에 안 됐다. 한화에서 요청이 있었다고 알고 있다”면서 “처음에 외야수비를 연습할 때는 공이 안 보였다. 그런데 경기를 꾸준히 나가다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재미도 있다. 외야는 뭔가 놀러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된다면 어디든 볼 수 있는 게 내 장점이 되지 않을까. 내가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올 시즌 한화는 센터라인을 제외하면 확실한 주전이 없다. 2루수 정근우(65경기 선발출장), 유격수 권용관(60경기 선발출장), 중견수 이용규(70경기 선발출장) 셋만 한 포지션에서 60경기 이상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3루수는 물론, 좌익수와 우익수도 꾸준히 바뀌었다. 그만큼 내외야를 모두 소화하는 게 하주석에게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다.
김성근 감독 또한 지난 12일 “군대에서 돌아올 선수들이 서너 명 좋다고 들었다. 그런데 2군에서 잘해봤자 뭐하는가. 김회성도 2군에선 잘했었다. 하주석이는 올 가을에 반 죽어야 할 것이다”며 하주석의 전역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주석은 김 감독의 자신을 언급한 것을 두고 “코치님께서 기사를 보여주셨다. 가을 마무리캠프서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 설마 진짜 죽기야 하겠나”며 두 달 후 한화 복귀를 기대했다.
덧붙여 하주석은 “한화 야구는 꾸준히 보고 있다. 다들 잘 하시고 선배님들 열정도 장난이 아니시더라. 무엇보다 감독님께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시는 것 같다. TV로 보면서 선수들이 실책을 하면, '아 나도 펑고를 하겠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팬들이 많이 와주시니까 '신나겠다'는 느낌도 받고 있다. 캠프까지 안 다치고 준비 잘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마지막으로 하주석은 퓨처스올스타전 MVP 수상 후 팀의 중심이 된 전통을 이어갈 것을 강조했다. “나도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면서 2007시즌 채태인과 2008시즌 전준우, 2010시즌 김종호처럼 올라서기를 바랐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