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투수 MVP 실종, 20년 징크스 깨질 수 있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7.18 07: 05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별들의 잔치’ KBO 올스타전이 18일 수원구장에서 열린다. 쟁쟁한 스타들이 호시탐탐 최고 영예인 MVP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1년 만의 투수 MVP 출현 여부는 올해도 또 관심사다.
KBO 리그를 대표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걸출한 투수들이 매년 올스타전 무대를 밟았지만 MVP와는 인연이 없었다. 올스타전 역사상 투수로서 MVP에 오른 이는 1985년의 김시진(당시 삼성), 그리고 1994년 정명원(당시 태평양) 뿐이다. KBO 역사상 최고 투수로 평가받는 선동렬 전 KIA 감독, 지금은 메이저리그로 진출해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류현진(LA 다저스)도 올스타전 MVP와는 인연이 없었다.
투수가 MVP를 받기 어려운 것은 경기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발투수들은 최근 2이닝 정도를 던지고 있으며 나머지 선수들은 1이닝 남짓을 소화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올스타전 MVP는 3안타 이상의 맹타를 휘두르거나 결정적인 순간 홈런포를 날리는 야수들이 투표에서 좀 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여건이다.

투수 MVP를 받은 두 선수의 사례에서도 이와 같은 한계는 드러난다. 김시진의 경우 1985년 올스타전 구조가 지금과는 달랐다. 당시는 올스타전이 3경기씩 치러졌다. 김시진은 1차전에서 3이닝 무실점, 3차전에서도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2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가 투표인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볼 수 있다.
정명원은 1994년 당시 8회에 구원으로 등판했는데 경기가 연장으로 넘어가면서 역시 많은 이닝을 던진 케이스다. 3이닝 동안 안타를 하나도 허용하지 않는 역투를 펼쳐 강한 인상을 남겼다. 1994년은 경기가 3-2로 끝나 타자들이 특별한 활약을 남기지 못한 것도 투수 MVP가 나온 하나의 원인이 됐다.
이 후 올스타전 MVP는 모두 야수의 몫이었다. 이런 양상은 MLB 올스타전에서도 곧잘 드러난다. 1986년 이후 투수가 MVP가 된 것은 1986년 로저 클레멘스(당시 보스턴), 1999년 페드로 마르티네스(당시 보스턴), 그리고 2013년 마리아노 리베라(당시 뉴욕 양키스)까지 단 3명에 불과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올해도 “투수 MVP는 다소 힘들지 않겠느냐”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뚜껑은 열어봐야 하는 법이다.
투수들이 고루 힘을 내 타자들의 활약을 막아낸다면 가능성은 열릴 수 있다. 일단 2이닝 정도를 던질 예정인 양팀 선발투수들이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 드림 올스타는 유희관(두산)이, 나눔 올스타는 양현종(KIA)이 각각 선발로 경기를 시작한다. 일단 무실점은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 되고 투구 내용이 얼마나 강렬하느냐에 따라 표 획득이 좌우될 전망이다.
1994년 정명원처럼 경기가 길게 갈 경우 중간투수들도 힘을 얻을 수 있다. 특히 경기가 박빙으로 흘러갈 경우 똑같은 2이닝 무실점이 더 강력한 근거자료가 될 수도 있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잘 던져 야수들의 방망이가 폭발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투수 MVP가 나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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