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거장이 퇴장을 알렸다. 김응룡(74) 감독이 10개 구단 팬들, 그리고 후배들의 박수를 받으며 화려한 은퇴식을 가졌다. 김 감독은 현역 감독 시절을 회고하며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을 가장 큰 업적으로 손꼽았다.
김응룡 감독은 18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KBO리그 올스타전’에서 평생 잊지 못할 은퇴식을 가졌다. 이날 김 감독은 제자인 선동렬 전 KIA 감독을 홈 플레이트에 앉혀 놓고 시구를 했으며 1이닝 동안은 직접 덕아웃에서 선수단을 진두지휘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1983년부터 해태 타이거즈의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선수단의 장점을 묶는 혜안을 과시하며 한국시리즈 9회 우승의 신화를 세웠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삼성 감독으로 재직하며 우승에 목이 말라 있었던 삼성의 우승도 이끌었다. 그 후 삼성 사장을 역임하며 행정가로서도 성공한 인생을 살았던 김 감독은 2013년과 2014년 한화 감독을 마지막으로 감독 생활을 마무리했다.

김 감독은 이날 행사 이후 “한숨을 못 잤다. 후배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더라. 따끗한 말 한 마디 없이 만날 다그치기만 했는데 이런 좋은 자리를 마련해줬다”라면서 “현재 일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고생을 많이 해서 충전하는 중이다. 야구는 솔직히 보고 있지 않다”라고 근황을 설명했다.
이어 김 감독은 그간 세운 업적에 대해 “최다승은 오래 감독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내 자랑을 하자면 한국시리즈 열 번 (우승을) 한 것은 자랑스럽다”라고 이야기했다. 최고 투수로 선동렬, 타자로 3박자를 갖춘 이종범을 손꼽은 김 감독은 “처음이 좋은 것 아니겠는가. 해태 첫 우승, 삼성 첫 우승이 기억에 남는다”라고 과거를 떠올렸다.
이후에도 유소년들을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할 생각임을 밝힌 김 감독은 “야구를 해서 밥을 먹고 살았는데 그것이 보답하는 길이다. 다만 능력이 안 된다. 돈이 귀하더라. 쓸 곳은 많은데 돈이 없다”라고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앞으로의 길을 살며시 시사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