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감격적인 은퇴식으로 시작한 2015 KBO 올스타전은 또 하나의 롯데 출신 미스터 올스타(강민호) 배출로 끝났다.
18일 KBO 리그의 10번째 심장인 수원에서 열린 ‘2015 KBO리그 올스타전’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별들을 보기 위한 팬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1만8000석이 모두 들어찬 가운데 김응룡 감독의 은퇴식으로 시작됐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나왔고, 맹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화려하게 수를 놓았다.
▲ ‘거장’ 김응룡, 전설이 되다

이날 시구는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김응룡 전 감독의 시구로 시작됐다. 김 감독은 1983년 해태 사령탑에 취임한 이래 해태에서 9회, 삼성에서 1회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야구 역대 감독 최다승 기록을 가지고 있는 김 감독은 2013년과 2014년 한화에서 사령탑 생활을 한 뒤 야인으로 돌아갔다. “그냥 일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라고 껄껄 웃은 김 감독은 이날 프로야구의 모든 주체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전설로 등극했다.
시즌 전부터 10개 구단 감독자 회의에서 “오랜 기간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공헌한 김응룡 감독에게 보답을 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나왔고 이날 공로패 전달을 비롯, 시구 행사가 이뤄지며 감동의 장을 만들었다. 이날 포수로는 김 감독과 함께 해태 왕조를 구축했으며 삼성 감독직을 이어받은 선동렬 전 감독이 해 의미가 더 컸다. 김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시구를 하자 선수단은 물론 관중석의 팬들도 김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며 거장의 앞길을 축복했다.
김 감독은 이날 1이닝 동안 나눔 올스타의 사령탑을 맡았다. 그리고 우연찮게(?) 그라운드에 등장할 일이 생겼다. 1회 2사 후 최형우의 내야안타 때 세이프가 선언되자 심판합의판정을 요청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나선 것. 그러나 김 감독의 외출은 짧았다. 김 감독은 이 상황 후 “올스타전에는 심판합의판정이 없다고 하더라”라고 껄껄 웃었다. 하지만 모든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에는 충분한 장면이자 김 감독의 인생을 요약하기에 충분한 30분이었다.

▲ ‘측정 불가’ 유희관의 초슬로 커브
드림 올스타의 선발투수로 나온 유희관(두산)은 여러 가지 이벤트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1회 정근우의 타석 때 초구에 초슬로커브를 던졌다. 이미 유희관은 이날 경기 전 “74㎞짜리 커브를 던지겠다”라고 공언했는데 정근우에게 회심의 일격을 가한 것. 그러나 볼 판정을 받았고 구속도 확인할 길이 없었다. 너무 느려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았다는 것.
유희관은 김주찬의 타석 때는 공을 앞에 쥐고 타자를 노려보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마치 2006년 일본 올스타전 1차전에 등판했던 후지카와 규지의 행동을 따라하는 듯 했다. 직구만 던지겠다는 상징적인 선언. 유희관은 당시 퍼포먼스를 재현하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성적도 따라왔다. 유희관은 2이닝 동안 19개의 공을 던지며 단 하나의 안타도 맞지 않으며 팀의 초반 리드를 이끌었다.
▲ 김태균의 3루 데뷔
경기가 그대로 끝나는 듯 같았던 9회에는 새로운 볼거리도 등장했다. 바로 김태균의 3루 출전이었다. 김태균은 8회 대타로 경기에 들어와 안타를 치며 좋은 감을 과시했다. 그런데 나눔 올스타 코칭스태프는 김태균을 9회 시작하자마자 3루로 투입했다.
김태균은 이번 시즌 전 3루 수비도 염두에 두고 훈련을 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비상 상황에 대비한 것이었다. 실제 시즌 중에도 줄곧 주 포지션인 1루로 뛰거나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그런데 이날 김태균이 3루에 서자 관중석이 술렁거렸다. 김성근 한화 감독도 웃음기가 없는 모습으로 김태균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다만 1이닝 동안 김태균에게 공은 직접적으로 향하지 않았다. 2사 후 김강민의 공이 좌익수 앞으로 빠져 나갔으나 3·유간을 뚫는 안타로 김태균의 수비 범위를 테스트하기는 다소 역부적인 코스였다. 한편 김태균은 3-6으로 뒤진 9회 2사 1,2루에서 등장, 드림 올스타 마무리 임창용과 진검승부를 펼치며 마지막까지 팬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했다.

▲ 맹활약 펼친 선수들, 강민호가 으뜸
1회 나바로의 솔로포로 선취점을 낸 드림 올스타는 2회 1사 후 구자욱의 내야안타, 그리고 강민호의 우중간 2점 홈런으로 3-0으로 앞서 나갔다. 지난해 웨스턴리그에 13점을 허용하면서 힘없이 무너진 드림 올스타 마운드는 선발 유희관이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것에 이어 송승준 정대현 장시환 이성민 정우람 박종훈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나눔 올스타 타선을 꽁꿍 묶었다.
그 중 으뜸은 강민호였다. 강민호는 2회 홈런을 비롯, 4회 1사 1루에서도 좌중간 안타를 터뜨리며 3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강민호는 올해 MVP로 선정되며 첫 올스타전 MVP의 영예를 안았다. 4-2로 앞선 9회 쐐기 투런포를 친 황재균이 강력한 도전자로 떠올랐지만 강민호 대세론은 흔들리지 않았다. 우수 투수상은 유희관(두산), 우수 타자상은 박용택(LG)이 선정됐다. 드림 올스타에서는 7번으로 출전한 구자욱이 3타수 2안타, 9번으로 출전한 김상수도 2타수 2안타를 기록하는 등 7~9번 타순에만 7안타를 터뜨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