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마운드를 키워라.
kt 위즈가 창단 후 첫 1군 무대의 전반기를 비교적 무사히 마쳤다. 시즌 절반의 일정을 소화한 시점에서 28승 58패(승률 3할2푼6리)를 기록했다. 5월 까지만 해도 승률이 2할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신생팀이기에 어쩔 수 없이 겪는 과정이라 해도 성적은 처참했다. 그러나 3번의 트레이드, 그리고 외국인 선수 교체 2번으로 반전 시나리오를 썼다.
먼저 트레이드로 인해 주전 포수 장성우를 얻었다. 장타력은 물론이고 영리한 리드로 젊은 투수들을 이끌었다. 외야수 하준호, 오정복이 주전 자리를 꿰차며 공격이 탄탄해졌다. 게다가 외국인 투수 앤디 시스코를 방출하고 댄 블랙을 영입하면서 팀 타선은 리그 상위권에 올라섰다. 6월 이후 팀 타율 3할2리로 리그 공동 2위, 팀 홈런 역시 42개로 2위의 기록이다.

전반기 가장 큰 수확은 남부럽지 않은 타선을 갖추게 된 것. 이제는 자연스럽게 시선이 마운드로 쏠린다. kt는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이 5.68을 기록하고 있다. 9위 롯데(5.05)와도 큰 차이가 날 정도다. 그러나 최근의 페이스를 본다면 그리 나쁘지 않다. 7월 11경기서 팀 평균자책점 4.74로 딱 중간인 5위를 마크하고 있다. 확실한 필승조가 구축된 것이 상승세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kt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최근의 상승세로 4할 승률 진입 혹은 탈꼴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수치상으로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kt는 6월 이후 승률은 5할2푼9리. 만약 정규시즌 남은 58경기에서 30승을 거둔다면 58승 86패로 승률 4할3리를 마크하게 된다. 지금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탄다면 탈꼴지도 노려볼만 하다.
그러나 조범현 kt 감독은 “1경기, 1경기를 열심히 해야겠지만 성적보다는 내년을 겨냥해서 운영하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성적에 대한 욕심으로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 중 하나는 역시 어린 투수들의 성장이다. 지금은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크게 흔들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 또한 하나의 과정이다. 1군 투수가 되기 위해 거칠 수밖에 없다.
선발에선 엄상백, 주권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시즌 중반 돌풍을 일으켰던 엄상백이 주춤한 상황이지만 공을 들여 키워야 할 선발 투수임은 틀림없다. 주권도 불펜으로 등판하며 서서히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상황. 여기에 조무근, 심재민 등 올 시즌 1군 경험이 필요한 자원들이다. 현재 얇은 마운드 상황 상 어쩔 수 없는 1군 등판이지만 당장 내년 시즌을 위한 구상이기도 하다. 결국에는 유망주들이 주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또 한 가지 관심이 가는 대목은 새 외국인 투수 저스틴 저마노의 활약 여부다. 저마노는 전반기 이전 두산과의 3연전 중 1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몸에 맞는 공 1개를 내줬지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제구력을 보여줬다. 크리스 옥스프링에 이어 kt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선발 자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만약 저마노가 첫 등판과 같은 꾸준한 모습을 보인다면 kt 마운드는 숨통이 트인다. 어린 투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도 벌 수 있다.
결국 kt가 후반기 중점을 둘 부분은 마운드다. 특히 어린 투수들이 남은 시즌 동안 얼마나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느냐가 kt의 다음 시즌까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kt가 후반기에 성적과 함께 미래를 위한 초석을 잘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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