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올스타' 유희관, 가장 빛나는 별이었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7.19 06: 13

올스타전은 선수와 감독, 10개 구단 팬 모두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다. 경기에서 져도 1패가 추가되지 않고, 홈런을 맞거나 삼진을 당해도 자고 나면 그만이다.
그래서 선수들도 부담 없이 즐기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팬들과 직접 소통도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무대가 바로 올스타전이다. 지난 시즌부터 이 무대를 간절히 원했던 유희관(29, 두산 베어스)은 처음으로 출전한 이번 올스타전에서 자신이 바라던 것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건 바로 "즐기겠다"고 했던 다짐이었다.
올스타전 메인 경기가 있기 하루 전인 17일부터 유희관의 바쁜 스케줄은 시작됐다. 그 출발점은 방송이었다. 5년 전 자신이 출전하기도 했던 퓨처스 올스타전에 이번에는 해설위원으로 나섰다. 현역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사에서 먼저 요청했을 정도로 유희관은 온 방송계가 탐내는 인재다. 은퇴 후 방송을 하게 된다면 구태여 야구 해설로 영역을 한정지을 필요가 없을 만큼 그의 뛰어난 입담은 널리 알려져 있다.

마이크를 놓은 직후에는 1군 올스타 투수들을 위한 이벤트 중 하나인 '퍼펙트 피처' 게임에 참가했다. 유희관은 이 경기를 위해 잠실구장에서 따로 연습까지 했을 정도로 의욕적이었다.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뒤에는 아쉬움이 컸다는 것도 숨기지 않았다. 선수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돋보이고 싶은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낼 줄도 아는 유희관이었다.
하지만 아쉬움은 메인 경기에서 풀었다. 올스타 투표에서 드림 올스타 선발투수 부문 1위를 차지한 김광현(SK)이 하차하게 되자 드림 올스타를 이끌게 된 류중일 감독(삼성)은 유희관으로 선회했다. 12승을 따내 다승 선두로 전반기를 마쳤으니 가장 무난한 선택이기도 했고, 팬들을 위해서도 볼거리를 많이 제공할 수 있는 유희관이 적합했다.
결과는 2이닝 퍼펙트였다. 유희관은 단 19개의 공으로 나눔 올스타의 2이닝을 깨끗이 지웠다. 1회말 2사에는 김주찬(KIA)을 상대로 구종(포심 패스트볼)을 미리 보여주고 130km대 초반의 공 3개로 좌익수 플라이 유도했다. 2006 일본 올스타전에서 후지카와 큐지가 보였던 빠른 공 승부를 보고 힌트를 얻은 퍼포먼스였다. 느렸지만 알고도 못 치는 공이었다. 이외에도 유희관은 한때 화제가 됐던 느린 커브도 다시 꺼냈다. 이 공에도 관중석이 술렁였다.
드림 올스타의 6-3 승리 속에 2이닝 퍼펙트로 호투한 유희관은 우수투수상을 차지하며 퍼펙트 피처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아쉬움을 씻어냈다. 2010 퓨처스 올스타전에서도 우수투수상을 수상했던 유희관은 최초로 퓨처스리그와 1군 올스타전 우수투수상을 석권한 투수가 됐다. 퓨처스리그 투수들에게 희망이 되기에도 충분한 또 하나의 성과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팬들의 즐거움을 위해 최대한의 볼거리를 제공한 유희관은 단연 올스타 중의 올스타, 별 중의 별이었다. 투수가 MVP에 등극하기 힘든 올스타전 특성으로 인해 MVP의 영광까지 갖지는 못했지만, 유희관은 투표인단 43명 중 11명의 표를 받아 '미스터 올스타' 강민호(롯데)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성적은 물론 올스타전의 취지에 맞는 이틀을 보낸 유희관이 이번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받은 마지막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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