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프로야구 관계자들의 축제인 올스타전도 끝났다. 이제 다시 냉정하게 현실로 돌아올 때다. 양보할 수 없는 후반기 레이스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는 팀은 한화다. 전반기를 비교적 좋은 성적으로 마쳤지만 아직 방심할 수 없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선수단의 결연한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한화는 18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KBO리그 올스타전’에 소속 선수 5명이 출전해 팬들과 함께 했다. 팬 투표로 뽑힌 박정진 권혁 정근우 이용규가 선발로 출전해 경기장을 메운 한화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었다. 감독추천 선수로 올스타전에 합류한 김태균도 8회 투입돼 안타 하나를 기록함은 물론 3루 수비를 보는 진풍경(?)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전반기 화제의 중심이었던 한화의 힘은 올스타전에서도 유효했다.
그런데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각오는 타 팀 선수들에 비해 사뭇 비장했다. 투수조 최고참인 박정진은 경기 전 “우리 팀 선수들은 다들 죽기 살기로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팀 선수들이 제일 잘 할 것이다”라고 웃으면서 “그것이 감독님이 원하시는 것이기도 하다. 감독님께서 ‘올스타전은 놀러가는 곳이 아니다’라고 강조하셨다”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이유가 있었다. 팀 동료들도 놀지 않고 대전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화는 16일까지 청주에서 롯데와 3연전을 벌인 뒤 올스타 휴식기를 맞이했다. 다른 팀들은 모두가 17일 하루를 쉬고 18일부터 훈련에 임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체력 보충의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전체적인 틀에서 한화도 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부 1군 선수들은 2군 선수들과 함께 17일 서산구장에서 독립야구단인 연천 미라클과 연습 경기를 가졌다. 주축급 선수들은 휴식을 취했지만 감각적으로 유지가 필요한 몇몇 선수들이 경기에 나섰다는 것이 한화 관계자의 설명이다.
18일에도 한화 선수단은 간단한 훈련 뒤 자체 홍백전을 진행했다. 다른 팀들은 18일 간단한 훈련으로 일정을 보낸 것과 대조적이다. 19일에도 자체 홍백전이 잡혀 있다. 물론 이 홍백전이 전력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후반기 시작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페이스 조절은 당연하다. 하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올스타전에 출전한 선수들도 그런 큰 틀에서 경기를 치렀다.
방심을 경계하는 한화의 자세가 엿보인다. 만년 최하위였던 한화는 김성근 감독 부임 첫 해인 올해 전반기 동안 44승40패1무를 기록했다. 김 감독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성적보다는 못했지만 지난해 성적과 비교하면 확연한 반등세를 느낄 수 있다. “이 정도면 괜찮은 성적 아닌가”라는 말이 외부에서 심심찮게 나온다. 내부에서도 그런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한화 코칭스태프는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타 팀과 다른 휴식기 훈련 일정은 상징적이다.
포스트시즌 진출권이 주어지는 5위라고는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없다. 한화 위에 있는 삼성, 두산, NC, 넥센의 객관적인 전력은 한화보다 더 강하기에 더 그렇다. 한화를 1경기 차로 쫓고 있는 6위 SK도 전력에서 나으면 나았지 모자랄 것이 없다. 몇몇 부분에서 힘겨운 점도 발견되고 있는 터라 자칫 잘못하면 후반기 흐름이 처질 수 있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한화는 선수단 내부의 긴장부터 가다듬고 있다. 한화 특유의 정신력이 후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