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선봉장’ 정우람의 각오와 기다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7.19 06: 13

“언젠가는 맞을 날이 오겠죠. 그런 건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요”
한창 페이스가 좋았던 5월 중순, 정우람(30, SK)은 자신의 올 시즌 성적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지금 성적이 빼어나지만 언제까지나 이런 성적을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냉정한 판단이었다. 그 시기에 굴하지 않고 계속 앞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런데 난타를 걱정하는 시점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 워낙 좋은 구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그럴수록 정우람의 다짐은 더 굳어진다. 이제 목표는 지금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정우람은 올 시즌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다. 불펜 투수 중 최고 성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45경기에 나가 49이닝을 던지며 7승2패7세이브10홀드 평균자책점 1.65를 기록하고 있다. 피안타율은 1할5푼8리,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0.86에 불과하다. 피OPS(피출루율+피장타율)는 0.448, 기출루자 득점허용률(IRS)는 10.2%로 이 역시 리그 불펜 요원 중 최고를 달리고 있다.

그 결실이 올스타전 출전이었다. 그것도 드림 올스타 중간부문 팬 투표 1위였다. 역시 리그 최정상급 불펜 요원인 안지만(32, 삼성)과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얻은 결과였다. 정우람이 팬 투표로 올스타전에 나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 감독 추천으로 올스타전에 나가는 것과는 또 다른 감동이 있다는 것이 정우람의 이야기다. 정우람은 18일 올스타전을 앞두고 “사실 큰 기대는 안 했는데 팬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라며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최근 등에 담 증세가 있어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던 정우람이다. 17일 열린 사전행사인 퍼펙트 피처는 건너 뛰었다. 그러나 18일 올스타전에는 출전했다. 올스타전에 출전하기 위해 침을 맞는 등 몸 상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인 정우람은 “갑자기 찾아온 통증이었는데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 팔이 부러지지 않는 이상 던지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했다. 팬들의 사랑에 대해 진심으로 보답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었던 정우람이다.
그런 정우람은 이제 후반기에서도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싶어 한다. 좋은 피칭을 선보이며 팀을 가을잔치로 이끄는 것이 유일한 목표다. 개인적인 성적, 올 시즌 뒤 얻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 행사에 대한 생각은 일단 뒤로 미뤘다.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을 모두 잡아 팬들에게 보답한 뒤 나머지를 생각하겠다는 의지다. 그래서 후반기가 중요하다. 정우람은 팀의 반등 선봉장이 되겠다는 굳은 다짐을 숨기지 않았다.
정우람은 “투수진은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한다. 전반기 동안 관리도 있었고 (박)정배형이나 (박)희수형 등 돌아올 선수들도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팀이 치고 올라갈 때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게 정우람의 생각이다. 그 때 팀에 힘을 보태고 싶은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다. 후반기에는 기다림,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도 기다리고 있다.
정우람은 “사실 전반기 성적이 워낙 좋아 팀이 올라갈 때 내가 안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엇박자는 걱정이 된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도 “전반기 때처럼 준비를 잘 하겠다. 팀이 반등할 때 반드시 지금처럼 던질 수 있는 상태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SK 불펜의 에이스가 총력적 모드로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모든 팀 전체가 그 때를 만들어가는 일만이 남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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