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0.4cm 때문에 운명이 엇갈릴 선수가 나올 것인가.
프로농구 외국선수 트라이아웃이 19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렸다. 19일 오리엔테이션을 갖은 선수들은 20일부터 본격적인 기량점검에 나선다. 7년 만에 장단신제가 도입된 올해는 각 팀 마다 193cm 이하 선수를 무조건 한 명씩 뽑아야 하는 변수가 있다. 장신선수는 105명, 단신선수는 126명이 등록했다. KBL 경력선수는 38명이다.
KBL은 첫 트라이아웃을 앞둔 오전에 모든 선수들의 신장을 직접 다시 측정한다. 논란을 막기 위해 선수에게 반바지를 입히고 구단 관계자도 동석한다. 하지만 실제 측정에서 193cm가 넘게 나온 선수는 장신선수로 분류돼 가치를 잃는다. 측정에 불응하는 선수도 장신자로 분류된다.

선수들이 KBL에 제출한 신장을 보면 유독 정확하게 193cm라고 표기한 선수가 많다. 다분히 KBL의 제도변화를 의식한 것. 하지만 이들의 실제 신장이 193cm일지는 확인해봐야 안다. 0.1cm라도 넘으면 장신자로 분류돼 사실상 지명기회를 잃을 수 있다.
193cm이하 최대어는 안드레 에밋(33)이다. 그는 2,3번을 모두 소화하는 득점형 스윙맨으로 리바운드도 나쁘지 않은 다재다능한 선수다. 2004년 시애틀 슈퍼소닉스에 지명됐지만 주로 D리그와 해외리그를 전전했다. 지난 시즌 D리그서 22.6점, 5.4리바운드, 1.7스틸, 3점슛 37.3%를 기록하며 올스타에 선정됐다.
에밋은 2월 뉴욕 브루클린에서 개최된 D리그 올스타전에서 28점을 넣으며 팀을 승리로 이끌어 MVP에 선정됐다. 에밋은 지난 달까지 필리핀리그서 뛰며 32.6점, 10.7리바운드, 3.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3점슛 능력도 있어 확실한 득점기계로 꼽힌다. 이미 많은 KBL 감독들이 필리핀에 건너 가서 그의 기량을 직접 확인했다. 1라운드서 검증된 KBL경력 장신선수를 뽑는다면 2라운드 1순위는 에밋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신장측정이다. 에밋은 농구화를 신고 잰 미국식으로 196cm다. 자신이 KBL에 제출한 서류에는 193.4cm로 표기했다. 신장측정은 현지시간으로 오전에 이뤄진다. 보통 아침에 재는 키가 좀 더 크게 나온다. 만약 에밋이 193cm를 넘으면 선수로서 가치를 잃게 된다. 현재 많은 구단들이 에밋을 점찍어 놨다. 에밋 외에도 여러 단신선수가 신장제한을 통과하지 못하면 선수지명 계획 전체가 틀어질 수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트라이아웃을 앞두고 관심 있는 선수의 키를 다시 확인해보는 등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전세계에 신장제한이 있는 리그가 KBL 밖에 없다고 들었다”며 선수선발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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