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종군 추신수, 8번·4점 차 희생번트·첫 도루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7.19 11: 46

우울한 전반기를 보냈던 추신수(33,텍사스)가 후반기 첫 경기에서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추신수는 19일(이하 한국시간) 미닛메이드 파크에서 벌어진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 우익수 8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전날 선발에서 제외되는 등 입지가 좁아지고 있던 추신수는 이날은 8번 타자까지 타순이 내려갔다. 안타 2개를 추가한 추신수의 타율은 2할2푼7리까지 올랐다. 
일단 주목할 부분은 추신수의 타순이다. 8번 타자는 보통 팀에서 가장 타격능력이 떨어지는 선수가 맡는다. 고액연봉자 추신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자리, 그렇지만 전반기 보여준 타격능력을 돌이켜보면 할 말 없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전반기에는 좌투수가 나왔을 때 가끔 8번으로 갔던 추신수지만, 후반기 첫 경기였던 18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은 우투수가 나왔음에도 아예 결장했고 이날 역시 우완 스캇 펠드먼이 나왔음에도 8번 타자로 출전했다. 제프 배니스터 감독이 추신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면도는 안 하고, 양귀헬멧은 벗고 등장한 추신수는 2회 중전안타와 4회 기습번트 내야안타로 12경기만에 멀티히트를 신고했다. 7월 들어 첫 멀티히트다. 게다가 기습번트로 1루를 밟은 뒤에는 숨고를 새도 없이 2루 도루까지 했다. 발목부상 여파로 올해 최대한 도루를 자제하고 있던 추신수의 올 시즌 첫 도루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추신수는 5-1로 앞선 8회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를 댔다. 메이저리그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다. 일단 점수차도 많이 벌어진 상황, 게다가 배니스터 감독은 전반기 번트를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후반기 달라진 텍사스 벤치의 성향과 추신수를 바라보는 시각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말 그대로 백의종군이다. 어느 타순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추신수지만, 8번 타자로 나와서 4점 차에 희생번트를 했고, 8회말에는 수비보강 차원에서 교체되기까지 했다. 추신수가 실력으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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