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투수의 명예가 땅에 떨어질 위기다.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저스틴 벌랜더(32, 디트로이트)가 또 다시 시즌 첫 승에 실패했다. 나이에 비해 노쇠화가 더 일찍 찾아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벌랜더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미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의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3⅔이닝 동안 홈런 두 방을 포함해 8개의 안타를 얻어맞으며 7실점하고 조기 강판됐다. 벌랜더의 이름값을 감안하면 더 높아질 것이 없어 보였던 평균자책점은 종전 5.34에서 6.62까지 치솟았다. 최악의 시즌 출발이다.
삼두근 부상으로 데뷔 이후 첫 부상자 명단에 오른 벌랜더는 올 시즌 출발이 늦었다. 문제는 출발도 늦었는데 활약상도 좋지 못하다는 것. 벌랜더는 전반기 5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5.34에 그쳤다. 피안타율은 2할6푼5리에 이르렀고 30⅓이닝 동안 6개의 홈런을 얻어맞았으며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38이었다. 원래 땅볼을 잘 유도하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지만 뜬공이 예전보다 더 큰 장타로 이어지며 힘겨운 행보를 이어갔다.

많은 매체들이 벌랜더의 부활이 올 시즌 디트로이트의 성적을 쥐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벌랜더는 후반기 첫 경기에서도 부진했다. 1회 2사 후 존스에게 던진 92마일(147㎞) 빠른 공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것을 지켜본 벌랜더는 2회와 3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안정을 찾는 듯 했다. 그러나 4회 6실점하며 와르륵 무너졌다. 벌랜더답지 못한 투구였다.
시작하자마자 연속 3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만루에 몰린 벌랜더는 위터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지만 하디에게 적시 주자 일소 2루타를 허용하며 3점을 허용했다. 평정심을 잃은 벌랜더는 스나이더에게 볼넷을 내줘 다시 주자를 채웠고 결국 스쿱에게 좌월 3점 홈런을 허용하며 실점이 7점으로 불어났다. 벌랜더는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2011년 24승을 거두며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와 사이영상을 동시 석권하며 자신의 시대를 열었던 벌랜더는 2012년부터 꾸준한 하락세를 걷고 있다. 전성기 당시 지나치게 많은 이닝을 던졌다는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벌랜더는 그 우려대로 구속이 너무 빨리 떨어지고 있다.
아직 만 32세의 벌랜더는 2011년 빠른 공 평균이 95마일(153㎞)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졌으나 2012년에는 94.3마일, 2013년은 93.3마일, 지난해는 92.3마일까지 떨어졌다. 올해도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2.9마일로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20일에도 홈런을 맞은 두 개의 공이 모두 92마일의 밋밋한 포심패스트볼이었다. “벌랜더의 시대가 너무 빨리 끝났다”는 비관론자들의 한탄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