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시즌은 길다. 올해는 144경기를 해야 한다. 당연히 기복이 있다. 잘 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야구는 ‘평균의 경기’라고 한다. 잘 될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합쳐져 결국 시즌 마지막에 평균에 근접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SK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 “전반기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희망은 근거 없는 뜬구름이 아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 두산과 함께 객관적인 전력에서 3강으로 뽑혔던 SK였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던 주축 선수 5명이 모두 잔류했다. 지난해 부진했던 마운드도 부상 선수들의 복귀와 새로운 전력의 가세로 한결 나아졌다.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외국인 라인업도 정비가 됐다. 모든 지표가 “SK가 지난해 이상의 성적을 기록해 2년간 나가지 못했던 가을잔치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변수에 발목이 잡혔다. 선발투수들은 대부분 제 몫을 못했다. 선발로 개막을 맞은 5명의 선수는 부상과 부진으로 모두 로테이션 개근에 실패했다. 타선은 더 심각했다. 4년 합계 142억 원 듀오인 최정과 김강민의 부상에 짜임새가 헐거워졌고 베테랑 선수들의 예상치 못한 부진에 허둥댔다. 수비도 마찬가지였다. 중요한 순간 실책이 속출하며 마운드를 지원하지 못했다.

그 결과 SK는 전반기를 41승39패2무로 마쳤다. 5월 중순까지만 해도 1위를 달렸지만 투·타의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며 6위까지 미끄러졌다. ‘기대 이하’라는 말을 붙여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여러모로 힘든 와중에서도 5할 승률을 지켰다. 4위 넥센과의 승차는 2.5경기다. SK의 기초체력이 그래도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SK 선수단은 “우리는 올라가는 일이 남았다”라는 믿음으로 뭉쳐 있다.
첫 번째 근거는 건재한 마운드다. 시즌 전부터 각별히 신경을 쓴 효과가 나타났다. SK는 전반기 82경기에서 4.23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리그 1위다. 선발진은 부상 악재에 고전했다. 4.60의 평균자책점으로 리그 5위다. 그러나 리그 유일의 3점대 평균자책점(3.70)으로 분전한 불펜이 버팀목이 됐다. 시즌 초반부터 3연투 자제, 등판 일정 조정으로 힘을 모아온 불펜은 다른 팀과 다르게 꾸준히 위력을 과시하며 SK의 전반기를 이끌었다.
이 마운드는 후반기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부상으로 한 달 이상 결장했던 트래비스 밴와트 대신 크리스 세든이 들어왔다. 메릴 켈리의 투구내용은 갈수록 나아졌다. 김광현 윤희상 박종훈 채병룡으로 이어지는 국내파 선발 자원들도 전반기보다 더 나은 성적을 보여줄 공산이 크다. 백인식 박정배 여건욱도 차례로 부상을 딛고 후반기 복귀가 점쳐진다. 여름 이후 떨어질 체력적인 문제에 잘 대처할 수 있다. 다른 팀들은 가지지 못한 힘이다.
관건은 타선이다. ‘평균’을 찾아가야 한다. SK는 주축 타자들이 전반기 동안 부진했다. 이명기와 이재원 만이 팀에서 3할을 치고 있다는 점은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설명한다. 15개 이상의 홈런을 친 선수는 외국인 타자 앤드류 브라운뿐이었다. 시즌 전 “타선에는 불안감이 있다”라고 말한 김용희 SK 감독의 걱정 이상으로 침체됐다. 이들이 전체 팀 타선을 끌어갈 수는 없다. 결국 최정 김강민 박정권 등 기존의 주축 선수들이 자신의 이름값을 해야 한다. 이름값에 맞는 평균은 맞춰야 한다.
가능성이 보인다. 최정과 김강민은 복귀 이후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정은 전반기 막판 대포를 쏘아 올리며 후반기를 기대케 하고 있다. 전반기에 부진했던 박정권은 오히려 후반기 폭발이 기대된다. 나머지 타자들도 더 떨어질 곳은 없다. 올라갈 일만 남았다. 후반기 가장 주목해야 할 팀으로 SK를 뽑는 것도 이유가 잇다. 타선만 힘을 내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SK는 지난해 7월 20일까지 승패차가 -15였다. 그래도 막판까지 4강 싸움을 했다. 올해는 그렇게 못한 것 같은데도 +2다. 작년과 올해 상황이 같지는 않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선수들의 믿음도 흔들리지 않는다. SK의 뒷심은 가을잔치 판도를 흔들어놓기에 충분한 힘을 가질 공산이 크다. ‘평균’이라는 단어가 화두가 될 것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