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신의 8구’ 박정진은 브레이크를 모른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7.20 06: 17

“힘들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박정진(39, 한화)은 “마지막 올스타전이 될 수도 있잖아요”라고 밝게 웃었다. 앞으로는 던질 기회가 없을지도 모를 영예로운 올스타전. 그리고 박정진은 그 절박한 생각 속에 힘껏 공을 던졌다.
박정진은 지난 18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KBO리그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감독 추천도 아니었다. 나눔 올스타 중간투수 팬 투표 1위로 당당하게 올스타전 유니폼을 입었다. 감격스러워했다. 또 특출난 슈퍼스타의 길을 걷지 못한 자신에게 표를 던져준 많은 팬들에게 고마워했다. 박정진은 “팬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마음가짐부터가 다른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인기로만 뽑힌 게 아니었기에 더 영예로운 참가였다. 실력도 확실하게 뒷받침이 됐다. 박정진은 전반기 55경기에 나가 70⅔이닝을 던지며 5승1패1세이브13홀드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했다. 권혁과 함께 한화 불펜진에서 공이 아닌 투혼을 던지며 팀의 도약을 이끌었다. 그래서 그럴까. 선수로서는 영예로운 일이었지만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올스타 브레이크’라는 귀중한 휴식 시간에 괜한 힘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박정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박정진은 “축제지만 우리 팀 선수들은 죽기 살기로 할 것이다. 감독님부터가 그런 것을 원하신다. 놀러온 것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팬들이 만들어준 자리인 만큼 팬들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평범한 논리다. 그리고 박정진은 이날 나눔 올스타의 6회를 책임졌다. 8개의 공을 전력으로 뿌리며 손쉽게 1이닝을 정리했다. 박정진에게 올스타전은 이벤트성 경기가 아니었다.
언제 다시 밟을지도 모르는 무대다. 이미 이번이 아니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모르는 나이였다. 그만큼 소중했고 또 절박했다.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었다. 박정진은 “경기에 많이 나가 올스타전에는 쉬어야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은 알고 있다”라고 운을 떼면서도 “하지만 나한테는 마지막 올스타전이 될 수도 있었다. 꼭 나가고 싶었다. 팬 투표 1위로 나가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담담하게 설명했다.
어쩌면, 남은 후반기도 그럴지 모른다. 주위에서 뭐라 하든 앞날을 내다보는 박정진의 눈에는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이다. 너무 늦게 찾아온 전성기, 그리고 또 다시 이어진 부침을 겪었던 박정진이다. 이제 현역 생활이 그렇게 오래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있다. 그래서 공 하나하나에 더 최선을 다하고 싶은 게 박정진의 마음이다. 젊은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마음가짐이다.
박정진은 “전반기 막판 약간 지치기는 했다. 하지만 올스타 브레이크 휴식기가 있다. 어쨌든 정신력 문제라고 생각한다. 후반기에 우리 팀이 더 잘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주위에서 걱정하는 시선이 계속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박정진은 계속 꿋꿋이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자신을 성원하는 팬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야구인생을 위해. 한 번 숨을 고른 박정진이 후반기를 바라보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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