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 전원이 모였다. 최고참 손민한과 이호준부터, 이제 갓 1군에 올라온 선수까지 예외는 없었다. 양승관 수석코치가 몇 마디 말을 건넸다. 분위기는 시종일관 진지하다가, 몇몇 선수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돌다가, 이내 큰 박수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훈련에서의 엄청난 함성소리. 최근 NC의 경기 전 풍경이다.
기합을 넣는다기보다는 어쩌면 “악을 지른다”라는 표현이 알맞을 정도다. 훈련을 지켜보던 김경문 NC 감독도 “참 저렇게 소리를 지르면 목이 안 아픈가 모르겠다. 경기 들어가기 전에 다 쉬겠다”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긴장감이 흐르는 훈련 분위기에 만족하는 내색까지는 숨기지 못한다. 그런 김 감독은 전반기를 돌아보며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뛰어줬다”라고 총평했다.
NC는 전반기를 46승34패2무(.575)라는 좋은 성적으로 마쳤다. 순위는 3위지만 선두 삼성(49승34패)와의 승차는 1.5경기다. 4월 한 때 최하위권까지 처졌던 기억을 생각하면 무난한 전반기를 보냈다고 볼 수 있다. 여러 악재를 이겨낸 성적이라 더 의미가 크다. 외국인 선수 한 자리가 줄어들었고, 원종현 김진성 등 불펜의 핵심 요원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한 NC였다. 1군 진입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쾌거를 쓴 NC로서는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시기였다.

그러나 선수들이 똘똘 뭉쳐 위기를 이겨냈다. 기존 선수들이 앞장 서 힘을 냈고, 무명이나 기대를 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힘을 보탰다. 김 감독은 “테임즈도 잘 했지만 손민한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줬다.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들이 요소요소에서 잘해준 것도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한 예상보다는 우리가 위에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선수들에게 고마워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은 객관적인 선수들의 이름값이 아니었다. 바로 분위기였다. 김 감독은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그 때도 남아있는 선수들이 책임감을 가지는 계기는 될 수 있다고 봤다”라고 떠올렸다. 실제 NC는 선참급 선수들을 중심으로 남은 선수들이 공백을 나눠 드는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새로운 얼굴의 활약도 반가웠다. 여기에 분위기가 흐트러지지도 않았다. 경기 전 팀 미팅은 이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뭔가 특별한 이야기,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오고갈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이호준은 “특별히 소개할 만한 이야기는 없는 것 같다”라면서 “그냥 훈련 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코칭스태프의 전달 사항이나 당부가 있기도 하고, 새로 1군에 올라온 선수를 소개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벼운 미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가벼운 미팅을 바라보는 선수들의 눈빛은 사뭇 진지하다. 웃을 때는 웃으면서도, 할 때는 한다. ‘강호’ NC의 분위기에는 그런 칼같은 원칙이 깔려 있다.
이제는 후반기다. 안심하기는 이르다. NC와 5위 한화와의 승차는 4경기다. 후반기 남은 일정을 고려하면 그렇게 큰 차이도 아니다. 김 감독은 “한 고비 넘기면, 또 고비가 온다”라는 말로 쉽지 않은 레이스를 설명하면서도 “올스타전이 끝나면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NC 선수단의 경기 전 미팅도, 아마 새로운 분위기 속에 후반기를 맞이할 것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