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50점’ 이재원, PS로 나머지 채운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7.20 10: 23

“글쎄요, 한 50~60점 정도 되는 것 같은데요”
전반기 SK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 중 하나인 이재원(27)은 자신의 점수를 평가해달라는 말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50~60점 정도”라고 답을 내놨다. 얼핏 들어보면 자신을 지나치게 낮추는 점수일 수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재원은 성적이 기대보다는 좋지 못했던 SK의 위안 중 하나였다. 타선에서는 해결사, 수비에서는 포수로 나서며 팀 전력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이재원은 올 시즌 전반기 79경기에서 타율 3할1푼5리, 9홈런, 71타점을 기록했다. ‘4할 타율’을 향해 달려가던 지난해 전반기에 비하면 타율은 다소 떨어진다. 홈런도 ‘덩치’에 비하면 적은 수치일 수 있다. 그러나 무려 71타점을 기록하며 침체에 빠진 팀 타선을 먹여 살렸다. 71타점은 독보적인 팀 내 최다다. 리그 전체를 봐도 공동 6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이재원보다 앞선 5명의 타자들은 최소 16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했다. 홈런이 9개인 이재원은 그만큼 득점권 상황에서의 한 방으로 주자들을 불러 들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 이재원은 전반기 4할9리의 득점권 타율로 박민우(NC, 0.426) 김태균(한화, 0.421)에 이어 리그 3위를 차지했다. 10번이나 결승타를 기록, 이 부문에서도 최형우(삼성, 14개) 나성범(NC, 12개)에 이어 3위다. '미스터 클러치'라는 자신의 별명을 그라운드에서 입증한 셈이다.
포수 포지션에서도 자신의 영역을 대폭 확장했다. 김광현 윤희상 등 특정 투수와 호흡을 맞추며 서서히 출전 시간을 늘려가던 이재원은 전반기 막판에는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던 주전 포수 정상호를 대신해 안방에 눌러 앉았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지만 수비와 투수 리드에서 발전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게 야구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이제 대형포수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일만 남았다”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재원은 모두 고개를 저으며 박한 점수를 줬다.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이재원은 “팀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았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재원은 “시즌 전 100타점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개인성적도 있지만, 내가 100타점을 기록하면 팀 성적은 자연히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런 목표를 내건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았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축 타자로서 더 책임감을 가져야 했다는 후회다. 이재원의 목소리에서는 진한 아쉬움이 전해졌다.
하지만 이제 전반기가 끝났을 뿐이다. 성적도 생각보다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다. 선두 삼성과는 6.5경기차로 다소 간격이 벌어졌지만 4위 넥센과의 승차는 2.5경기,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한화와는 1경기 뒤진 6위다. 아직 남은 경기가 충분해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가지고 있다. 이재원도 “지난해 올스타 휴식기 당시 우리의 승패차가 몇 개였죠?”라고 되묻는다. SK는 당시 승패차가 무려 -15였지만 끝까지 4강 싸움을 한 저력이 있다.
이재원은 그 힘을 믿는다. 이재원은 “투수들의 집중력이 엄청나게 좋다. 공을 받으면서 느낄 수 있다”라며 마운드의 건재함을 가장 우선적으로 손꼽았다. 타선도 최정의 복귀가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정이형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라는 게 이재원의 확신 섞인 설명이다. 이처럼 팀 성적이 나쁘면 개인 성적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다시 깨우친 이재원은 공·수에서 헌신적인 자세를 가다듬으며 후반기를 바라보고 있다. 나머지 50점은 동료들과 함께 팀 성적으로 채우겠다는 각오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