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올스타 경력이 있는 투수가 KBO리그에 찾아왔다. 두 자릿수 승수, 퍼펙트 피칭과는 또 다른 무게감의 경력이다. KIA가 새 대체 외국인 선수로 에반 믹(32)을 영입한 가운데 경력이 하락세에 있는 믹이 화려하게 재기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IA는 20일 올 시즌 부진을 겪었던 필립 험버(33)의 대체 선수로 에반 믹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MLB 퍼펙트 경기’로 대표되는 화려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 험버는 올 시즌 KIA의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어나갈 핵심 투수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12경기에서 50⅔이닝을 던지며 3승3패 평균자책점 6.75의 부진을 겪었다. 2차례 2군에 다녀오기도 했다. 한국무대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험버에게 끝까지 기회를 줬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2차례 2군행도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여기에 부상까지 겹치며 더 이상 끌고 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교체한 외국인 선수가 포스트시즌에 뛰려면 7월 30일 이전에 입단해야 한다. 시간도 많지 않았다. 결국 미국에 스카우트를 보낸 KIA의 선택은 믹이었다.

믹은 KBO리그에 온 외국인 투수 중에서는 비교적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2002년 미네소타에 11라운드 지명(전체 332순위)을 받았으나 2005년 방출됐다. 그 후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맺은 믹은 2006년 탬파베이와의 트레이드, 2007년 피츠버그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피츠버그 시절이 그의 전성기였다. 2008년 MLB 무대에 데뷔한 이래 피츠버그의 핵심 불펜 요원으로 뛰며 올스타 출전의 영광까지 누렸다.
지금이야 피츠버그가 강호지만 당시에는 암흑기의 팀이었고 믹은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선수였다. 2009년 41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3.45로 가능성을 내비쳤고 2010년에는 70경기에 나가 80이닝을 던지며 5승4패4세이브 평균자책점 2.14로 발군의 활약을 선보였다. 당시 믹은 피츠버그를 대표해 유일하게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1년 어깨 수술을 받았고 그 후 구속이 떨어지며 내리막을 걸었다. 2012년에는 12경기 출전에 그쳤고 텍사스, 볼티모어, 워싱턴 등 많은 팀들의 유니폼을 입는 저니맨 신세가 됐다. 가장 근래 MLB 출전은 볼티모어 소속이었던 2014년인데 23경기에서 4패 평균자책점 5.79에 그쳤다. 워싱턴과 계약을 맺은 올 시즌은 MLB 출전 기록이 없다. MLB 통산 기록은 179경기에 모두 불펜으로 나가 7승11패 평균자책점 3.63이다.
젊은 시절에는 평균 95마일(153㎞)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였다. 여기에 120㎞대 중반의 커브가 최대 무기였고 컷패스트볼과 120㎞대 후반의 슬라이더를 던졌다. 하지만 수술 이후 구속을 잃었다. 2010년 95.1마일이었던 그의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지난해 91.5마일(147㎞)까지 떨어졌다. 한국 무대에서는 여전히 빠른 공이지만 예전의 모습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올해는 워싱턴 산하 트리플A팀인 시라큐스에서 뛰며 30경기에서 2승4패6세이브 평균자책점 2.15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선발 등판은 한 번도 없었다. 믹은 MLB에서 단 한 번도 선발 등판한 적이 없으며 마이너리그 경력 300경기에서도 선발 등판은 55경기에 불과하다. 물론 한국에서 보직을 바꿀 수도 있지만 시즌 중반이라 수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믹에 대한 KIA의 쓰임새가 주목받는 이유다. 어쨌든 KIA는 믹을 선택했고, 믹은 한국에서 재기를 노리는 발걸음에 들어간다. skullboy@osen.co.kr
올해 시범경기 당시 워싱턴 소속이었던 에반 믹. AFPBBNews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