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필립 험버를 보내고 에반 믹(32)과 계약했다. 이에 시즌 중에 들어온 대체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부각되고 있다.
KIA는 20일 믹과의 계약을 발표했다. 빅리그 통산 179경기에서 7승 11패, 평균자책점 3.63의 성적을 올린 믹은 계약금 없이 연봉 15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한국에서 뛴다. 빠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 주중이면 1군에 등록될 수 있는 믹은 메이저리그 때와 달리 불펜이 아닌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믹이 KIA의 새로운 외국인 선수로 들어오면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던 대체 외국인 선수들의 면면도 이목을 끈다. 팀의 반등 카드가 됐거나 긴 한국 생활의 발판을 마련한 선수들도 있고, 몇몇 선수들은 우승에까지 기여하며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이번 시즌 사례를 살펴보면 댄 블랙(kt)이 대표적이다. 부진했던 장신 좌완투수 앤디 시스코의 자리를 메운 스위치 히터 블랙은 28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4푼9리, 7홈런 20타점으로 타선을 이끌고 있다. 블랙은 기존의 외국인 타자인 앤디 마르테와 '마블 듀오'를 결성하며 팀 타선을 강화했고, 블랙의 합류 이후 kt는 나머지 9개 구단을 긴장케 하는 팀으로 거듭났다. 타선의 짜임새를 완성한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랙의 동료이자 한국에서 다섯 시즌째 뛰고 있는 크리스 옥스프링도 알고 보면 대체 외국인 선수 출신이다. 2007년 팀 하리칼라를 대신해 LG에 입단했던 옥스프링은 그해 4승 5패, 평균자책점 3.24로 활약했다. 이듬해에도 LG에 몸담으며 10승을 올렸던 옥스프링은 2013년부터 롯데에서 2년간 23승을 추가하고 올해도 kt에서 7승을 거두고 있다. 시작은 대체 선수였지만, 지금은 가는 팀마다 사랑을 받는 장수 외인이 됐다.
2005 시즌 도중 KIA가 전병두를 받기 위해 다니엘 리오스를 두산에 보낸 후 영입한 세스 그레이싱어도 2년간 43경기에서 20승 18패, 평균자책점 3.28로 좋은 모습을 보여 일본 진출에까지 성공했다. 2009년에 루넬비스 에르난데스가 쫓겨나고 대신 삼성에 들어온 브랜든 나이트는 총 여섯 시즌을 뛰었다. 통산 기록은 48승 38패, 평균자책점 3.84다.
투수 중에서 옥스프링이 최고의 예라면 타자 중에서는 로베르토 페타지니가 으뜸이다. 일본 센트럴리그에서 홈런왕 2회와 MVP 1회에 빛나는 커리어를 쌓은 페타지니는 2008년 투수 제이미 브라운이 퇴출된 뒤에 LG로 왔다. 그리고 두 시즌 동안 183경기에서 타율 3할3푼8리, 33홈런 135타점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까다로운 선구안을 바탕으로 삼진(96개)보다 볼넷(137개)이 훨씬 많았다.
2011년 삼성은 시즌 중에 영입된 두 명의 외국인 선수가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타자와 투수를 각각 1명(라이언 가코, 카도쿠라 켄)씩 쓰며 출발했던 삼성은 둘 모두를 중도에 퇴출하고 덕 매티스, 저스틴 저마노를 데려왔다. 매티스는 5승 2패, 평균자책점 2.52, 저마노도 5승 1패, 평균자책점 2.78로 훌륭했다. 저마노는 올해 kt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복귀했다.
이외에도 2011년 한화 오넬리 페레스의 뒤를 이은 데니 바티스타, 2012년에 KIA의 좌완 호라시오 라미레스가 나간 뒤에 들어와 지금도 뛰고 있는 헨리 소사(LG), SK 조조 레이예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왔다가 재계약에도 성공했던 트래비스 밴와트 등이 있다. 믹이 이들의 전례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