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8)와 소속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궁합은 100%에 가깝다. 이제 강정호 없는 피츠버그, 피츠버그가 아닌 팀의 유니폼을 입은 강정호를 상상할 수 없다.
최근 강정호의 팀 내 입지는 더욱 굳건해졌다. 3루수 조시 해리슨에 이어 유격수 조디 머서까지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왼쪽 다리를 다친 머서는 6주 뒤에나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정호는 먼저 6주 진단을 받은 해리슨이 돌아오더라도 외부 유격수 영입만 없다면 머서 복귀 전까지는 주전 유격수로 활동할 확률이 매우 높다.
시즌의 절반 이상이 지난 현 시점에서 보면 강정호와 팀의 궁합은 최상이다. 피츠버그는 강정호마저 없었다면 내야 전체에 생긴 큰 구멍을 메우기 어려웠을 것이다. 강정호 역시 자신에게 최대한의 기회를 줄 수 있는 팀에서 뛰며 조바심 없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주전으로 고정된 이후 타격감이 좋아졌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7월 타율이 3할5푼2리(54타수 19안타)인데, 꾸준히 선발 출장하기 시작한 뒤 타율이 많이 올라가 '선발 체질'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긍정적이다.

비록 팀이 1-3으로 패하기는 했지만, 22일(이하 한국시간) 경기에서도 강정호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강한 마운드를 상대로 2루타 1개 포함 4타수 2안타 맹타를 휘둘러 타율을 2할8푼2리까지 끌어 올렸다. 3경기 연속 멀티히트로 기세를 올린 강정호는 8경기 연속안타를 이어가기도 했다.
21일 피츠버그 지역 언론인 트립 라이브는 "몇몇 사람들은 (4월에) 강정호가 트리플A에서 주전으로 뛰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지만, 강정호는 이런 의견이 틀렸다는 것을 빅리그에서 뛰며 증명해냈다. 그리고 지금은 대체 불가능한 정도의 전력으로 성장했다. MLB.com 역시 21일 경기 직후 "사실상의 주전 유격수로 좋은 출발을 보였다"고 할 만큼 공수 모두 안정적이었다.
물론 머서의 부상은 해리슨 때와 달리 공격 면에서 팀에 큰 손실이 되지는 않는다. 페드로 알바레스가 익숙한 포지션인 3루로 가고 강정호가 유격수로 이동하며 1루는 트래비스 이시카와가 맡아도 된다. 이시카와가 머서보다 나은 공격력을 보이면 팀 전체 공격력은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 단지 수비가 전체적으로 약해질 가능성은 있다.
그래도 머서의 부상이 강정호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타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주전 유격수가 될 만한 역량을 보여주면 머서가 돌아온 뒤에도 위치가 굳건해진다. 피츠버그 역시 경기 상황에 따라 두 유격수를 번갈아 활용할 수 있어 전술적인 폭이 넓어진다.
주전으로서의 위치가 더욱 견고해져 강정호는 1~2경기에서 부진하더라도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는 편한 마음으로 남은 경기에 임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첫 해를 보내는 선수에게는 무엇보다 든든한 환경이다. 이렇게 강정호와 피츠버그는 점점 서로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