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위 자체는 나무랄 것이 없었다. 하지만 너무 단조로웠다. 투구에 변화와 변칙을 주지 못한 앤서니 스와잭(30, 두산)이 또 다시 과제를 남겼다. 아직은 차분한 두산이지만 애타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스와잭은 2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올 시즌 최악의 투구 내용만 남긴 채 조기 강판됐다. 결정적인 홈런 두 방을 포함, 1⅔이닝 동안 7개의 안타를 맞으며 5실점했다. 1⅔이닝은 올 시즌 선발 등판으로는 최소 이닝이다. 전체 6경기 중 벌써 세 번째 5실점 이상 경기를 경험한 와중에 평균자책점은 7.33까지 치솟았다.
유네스키 마야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스와잭은 전반기 동안 평가가 엇갈렸다. 일단 화려한 경력답게 구위 자체는 그럭저럭 합격점을 받았다. 최고 150㎞를 웃도는 포심패스트볼, 그리고 투심패스트볼 등 빠른 공 계통이 눈에 들어왔다. “빠른 공 자체는 쉽게 공략하기 어렵다”라는 이야기는 두산 벤치뿐만 아니라 타 팀 벤치의 공통된 평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스와잭이 한국무대에서 부진한 성적을 남기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을 터. 두산 벤치에서는 구위의 문제라기보다는 단조로운 패턴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지나치게 빠른 공 위주의 투구라는 것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KBO 리그의 타자들은 150㎞라는 상징적인 숫자에 놀라기 바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무리 공이 빨라도 눈에 익으면 대처를 한다. 집요하게 커트하는 선수가 많고 수준급 선수들은 아예 노려 장타를 만들기도 한다. 스와잭은 이날도 그런 약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스타 휴식기 동안 약점의 보완을 기대했지만 이날도 실패의 원인은 같았다. 스와잭은 이날 35개의 공을 던졌는데 빠른 공 계통의 공이 총 25개였다. 전체의 70%를 넘었다. 반면 변화구는 슬라이더가 6개, 커브가 3개, 체인지업이 1개였다. 최고 구속은 149㎞까지 나왔지만 빠른 공 위주로 승부를 하다 보니 SK 타자들은 예상보다 손쉽게 타이밍을 맞추고 나왔다.
여기에 빠른 공과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구속차가 크지 않다는 점도 패착이었다. 슬라이더가 너무 빨랐다. 이날 스와잭의 슬라이더 구속은 137~140㎞에 형성됐다. 그런 슬라이더가 가운데 몰리다보니 SK 타자들이 빠른 공 타이밍에 방망이를 내 밋밋하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걷어 올리는 장면이 자주 보였다. 1회 최정, 2회 김성현의 홈런은 모두 그런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두산 벤치는 스와잭에 대해 “빠른 공과 슬라이더 외에도 커브도 괜찮은 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두 구종 외 나머지에는 자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포수 양의지의 볼 배합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오늘처럼 제구까지 되지 않는 날은 먹잇감이 되기 더 쉽다. 기존의 패턴이 난타 당하고 있는 스와잭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두산은 이미 두 장의 외국인 교체 카드를 모두 썼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