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로 믿음직스런 투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앤서니 스와잭(30)을 보는 두산 베어스는 속이 탄다. 선두 싸움을 해야 하는데 선발진의 한 축이 제대로 서지 않은 상태기 때문이다.
스와잭은 지난 2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⅔이닝 7피안타 1탈삼진 5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국내 무대 첫 선발 등판이었던 지난달 24일 잠실 SK전 때와 마찬가지로 빠른 볼카운트에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낸 SK 타자들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입단 후 6경기(선발 5경기)에 나선 스와잭은 2승 3패, 평균자책점 7.33을 기록하고 있다. 속단할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는 전임자 유네스키 마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성적이다. 스와잭이 선발진에서 새로운 힘이 되어줘야 삼성과의 선두 경쟁, 그리고 다른 상위권 팀들과의 승부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는 신뢰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시즌 중에 야심차게 영입한 외국인 선수인 만큼 1위를 빼앗기 위해서는 스와잭이 분발해야 한다는 조건엔 변함이 없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거나 5~6이닝을 버티더라도 많은 실점을 했던 경기들을 통해 살펴본 스와잭의 문제는 빠른 카운트에 공략당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이날 역시 2회를 마치기 전에 7피안타 5실점했지만 투구 수는 35개에 불과했다. SK 타자들이 매우 공격적으로 타격에 임했기 때문이다.
이날 스와잭의 제구는 썩 좋지 않았다. 높은 코스에 몰려 장타를 허용하는 일이 잦았다. 이렇게 제구가 흔들렸는데도 몸에 맞는 볼이 하나 나왔을 뿐 볼넷이 하나도 없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SK 타자들이 얼마나 공격적인 타격을 했는지를 알게 해준다. 실제로 SK가 1회말 터뜨린 3개의 안타는 모두 2구째에 나왔다. 이날 스와잭과 5구 이상 승부를 벌인 것은 2회말 이명기가 전부였다.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음에도 35구 중 스트라이크가 25개에 달했던 것 역시 SK 타자들의 공격성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렇게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왔는데도 스와잭의 패턴은 복잡하지 않고 심플했다는 것이다. 홈 팀인 SK 전력분석팀 자료에 의하면 스와잭은 1회말 14구 중에 포심 패스트볼만 11차례 활용했다. 2회말에는 변화구 구사가 늘어났지만 그래도 21개 가운데 포심이 14개였다.
타이밍을 빼앗지 못한 채 힘으로만 승부하려 했는데 공이 대체로 높았으니 공략당하기가 쉬웠다. 두산과 타 팀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스와잭의 문제점은 공이 (지저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깨끗하게 들어온다는 점이었다. 그럴수록 더 수 싸움을 벌이며 완급조절을 해줘야 했지만 빠른 공 위주의 단조로운 패턴 속에 실투가 많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앞으로의 과제도 빠른 볼카운트에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타자들과의 승부를 이겨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게 완급조절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비 예보가 있어 선발 로테이션이 어떻게 변경될지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우천 순연 없이 정상 로테이션이 가동될 경우 스와잭의 다음 등판은 오는 26일 마산 NC전이 된다. 가뜩이나 부진한데 한국에 온 뒤 처음으로 4일 휴식 후 선발로 등판하게 되는 것이라 새로운 불안요소가 하나 더 추가되는 셈이다. 우천 순연 경기가 생길 때 두산이 선발 로테이션을 어떻게 조정할지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