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최고!".
쇼다 고조 한화 타격코치가 밝은 미소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정근우(33)를 보고 조금은 서툰 한국말로 연신 "최고"를 외쳤다. 정근우도 환한 웃음과 인사로 쇼다 코치에 화답했다.
정근우가 완벽하게 부활했다. 스프링캠프에서 턱 부상을 입는 바람에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은 그는 지독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시즌 6번째 경기였던 지난 4월29일 광주 KIA전을 마쳤을 때 정근우의 성적은 18타수 1안타로 타율이 5푼6리밖에 되지 않았다. 5월을 마쳤을 때도 그의 타율은 2할1푼5리였다.

하지만 후반기 첫 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정근우의 시즌 타율은 어느새 2할8푼6리까지 수직상승했다. 시즌 개막 후 개인 최고 타율. 4월(.136)과 5월(.232)의 침체를 딛고 6월(.333)과 7월(.395)에 바짝 몰아친 결과다. '올라올 선수는 올라온다'라는 야구계 격언이 정근우를 통해 다시 한 번 증명되고 있다.
정근우는 타격 상승세에 대해 "특별히 비결이라고 할 것은 없다. 마음 편하게 타석에서 배트 중심에 맞힌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앞에 타자들이 찬스를 잘 만들어줘 더욱 집중하고 있다. 역전 기회가 오다 보니 상황에 맞게 승부처에서 연결하고 해결하기 위해 집중한 효과가 아닐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시즌 초반 5푼6리까지 떨어졌던 타율을 떠올렸다. 한 때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때는 워낙 안 좋아 마음고생이 있었다. 그래도 열심히 하면 분명히 올라갈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고 준비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 조금이나마 나아졌다"는 것이 정근우의 말.
하지만 이 정도 성적에 만족할 만한 정근우가 아니다. 그는 "지금 이걸로 만족하면 안 된다. 앞으로도 계속 올라가야만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매타석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을 끝으로 4년간 정근우는 규정타석 3할을 치지 못했다. 올해는 5년 만에 다시 3할 타율 복귀를 꿈꾼다.
나아가 타점 기록에서도 개인 최다 기록을 무난하게 갈아치울 페이스다. SK 시절이었던 2009년 개인 한 시즌 최다 59타점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벌써 45타점을 올렸다. 지금 페이스라면 산술적으로 약 76타점까지 가능하다. 3번 타순에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한다. 득점권 타율은 3할대(.325)에 진입했다.
정근우는 "타점 숫자를 목표로 정한 건 없다. 2009년에는 1번과 3번을 오갔지만 올해는 대부분 3번으로 나가고 있다. 앞에서 찬스를 많이 만들어주기 때문에 타점을 올릴 기회도 많은 것이다. 욕심을 부리기보다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뜨거운 페이스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정근우, 그의 여름이 화끈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