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부터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구단들이 지출하는 선수들의 연봉과 일부 선수 개인의 연봉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구단의 운영비에서 선수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은 만큼 거품을 없애 건전하면서 현실적으로 구단을 운영을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반발의 목소리도 작지 않았지만, 연봉 공개는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며 프로축구연맹이 의도한대로 실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구단들의 건전하고 현실적인 운영을 위해 연봉공개를 시작한 프로축구연맹은 어떤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을까. 프로축구연맹의 재정적인 운영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2014년도 경영공시를 보면 프로축구연맹은 16억 7300만 원의 수익을 냈다. 큰 틀에서 본다면 프로축구연맹은 특별한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는 좋은 단체인 셈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프로축구연맹의 수익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지적한다. 한 축구 관계자는 "구단들이 적자라고 지적하는 경우를 보면 모기업의 후원 및 광고를 수익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프로축구연맹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클래식 구단들과 K리그 챌린지 구단들로부터 연맹비를 받는다. 이 금액을 제하고 나면 지난해는 적자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클래식 구단들로부터 1억 5000만 원, K리그 챌린지 구단들로부터 5000만 원의 연맹비를 받고 있다. 지난해 연맹비가 20억 원을 넘는 만큼 지난해 기록된 수익은 사실상 적자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프로축구연맹은 "연맹비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상을 광고비로 돌려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각 구단의 경기장에 설치된 광고판 일부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면서 구단들의 살림 살이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논란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광고판 사용료는 연맹비를 받기 전부터 프로축구연맹에서 각 구단에 지불하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연맹비가 없을 때도 경기장 골대 근처에 설치되는 광고 등으로 한 해에 1억 원 이상은 받았다"고 설명했다. 구단들 입장에서는 광고판 사용료는 이미 예전부터 받던 돈이고, 연맹비는 갑자기 내기 시작한 돈이다.
그보다 더 문제는 K리그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중계권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시즌의 절반이 지났지만 프로축구연맹은 중계권 협상을 완벽하게 마무리 짓지 못했다. 스포츠 케이블 채널 3사 중 2곳은 완료가 됐고, 1곳은 막판 조율 중이다. 지난 5월 이동국(전북 현대)이 목소리를 높였던 스포츠 케이블 채널이 야구만 중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스포츠 케이블 채널 관계자들은 K리그 중계권 협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가격의 입장 차를 꼽았다. 한 관계자는 "컨텐츠의 가격에 대한 부분이 맞지 않았다. 사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의 시청률은 큰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중계권을 가진 쪽과 우리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우리로서는 프로축구가 그만한 컨텐츠인가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프로축구연맹으로서는 중계권을 구매하는 쪽에서 현재와 같이 생각하게 된 계기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외부에서 저평가를 받고 있는 중계권이지만, 미래에 고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중계권이기 때문이다. 해외의 유명 구단들의 경우 중계권 수입은 입장 수익, 광고 및 후원 수입 등과 비슷한 비중을 차지한다.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큰 중계권에 대해서 진지하게 접근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현재 K리그 중계권은 판매 대행사인 에이클라에서 직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뒤에서 협상을 지켜보고 있는 프로축구연맹은 시즌의 절반이 지나도록 스포츠 케이블 채널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음에도 뒷짐만 지켜보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협상은 우리가 직접하지 않는다.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전부 파악하지 못한다"면서 "현재 중계권 수익은 총액만 놓고 본다면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할 뿐이다.
프로축구연맹은 구단들의 운영에 대해 위기라고 지적하며 연봉공개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위기는 구단만이 직면한 것이 아니다. K리그 전체가 가늠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가치가 하락하는 K리그의 자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프로축구연맹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프로축구연맹으로서는 구단을 위해 제시했던 연봉공개 만큼 자신들을 위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