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반전이다.
KIA에 또 한 명의 30대 필승조 투수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우완 김광수(34). 지난 5월 한화에서 이적해 불펜의 주동력으로 활약하고 있다. 6월중 1군에 승격해 13경기에서 3홀드를 따냈고 평균자책점 2.30을 기록하고 있다. 처음에는 추격조였지만 어느 새 필승조로 신분세탁을 했다. 세 번째 둥지에서 재기의 드라마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인천고 출신의 김광수는 2000년 LG에 입단해 2년 동안 별다른 기회를 잡지 못하다 2003년 선발투수로 12경기에 뛰며 4승을 따내는 등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5년 동안 사실상 휴지기를 가지며 도약에 실패했다. 2009년 불펜과 선발투수로 34경기에 뛰었고 2010년 꽃을 피웠다.68경기에 출전해 4승5패8세이브7홀드,평균자책점 3.40을 기록했다.

입단 10년만의 개화였다. 그러나 실적을 인정받아 2011시즌을 앞두고 소방수로 낙점을 받았지만 실력 발휘에 실패했고 7월 한화로 트레이드되었다. 이후 한화에서도 주로 불펜으로 뛰었다. 2013년 마당쇠로 56경기 등판해 반짝했지만 2014년 단 1경기 등판에 그치며 입지가 줄어들었다.
올해는 스프링캠프 이틀 만에 중도 귀국했고 한 번도 김성근 감독의 낙점을 받지 못했고 결국 KIA로 두 번째 트레이드의 운명을 맞았다. 5월 6일 양 구단이 트레이드를 발표할 때 좌완 유창식, 외야 유망주 오준혁 노수광과 함께 김광수의 이름이 들어있었지만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고향으로 돌아온 유창식의 재기 가능성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주변의 평가에 대해 "광수는 경험이 풍부하다. 1군 마운드에 쓸모가 있을 것이다. 반드시 올라올 것이다"면서 주목했다. LG 2군 감독시절 김광수와 인연이 있었다. 김광수는 트레이드 직후 2군으로 발령을 받았다. 1군에는 자리가 없었고 던질 수 있는 몸도 제대로 만들어진 상태가 아니었다.
함평의 전용훈련장 숙소에 짐을 푼 김광수는 몸을 만들기 시작했고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했다. 퓨처스리그 불펜에서 14경기에 나섰고 2세이브, 평균자책점 2.76를 기록했다. 김광수의 상태를 눈여겨 본 김감독은 6월 13일 1군 승격통보를 했다. 1군 필승맨들은 삐걱거리는 시점이었다.
원래는 추격조였던 김광수가 주목 받은 경기는 7월 8일 목동 넥센전이었다. 소방수 윤석민이 동점을 내주면서 투수력이 바닥이 난 가운데 등판해 2이닝을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넥센의 강타선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투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팀은 연장 12회 패했지만 김광수의 힘을 확인한 경기였다.
이후 필승조로 발돋음했다. 지난 16일 광주 LG전 1⅔이닝 무실점에 이어 21일 삼성과의 대구경기에서 2-1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6회 1사1,2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두 타자를 내야땅볼로 요리하고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최근에는 4경기 연속 무실점행진을 펼치고 있다. 140km대 후반의 강속구를 앞세워 15⅔이닝 13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등 삼진능력이 돋보였다.
한복판으로 몰려 장타를 맞는 약점이 있었다. 최근에는 제구력과 구위가 좋아지면서 필승맨의 향기를 진하게 풍기고 있다. 연투능력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 노장 최영필, 김태영과 함께 불펜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아마도 입단 16년째 찾아온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절실함이 에너지원일 것이다. 트레이드 80일. 김광수의 반전은 KIA 마운드의 커다란 힘이다./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