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시즌을 보내던 추신수(33, 텍사스 레인저스)가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필드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치며 살아날 조짐을 보였다.
추신수는 22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15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 팀의 7번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추신수는 시즌 12호 홈런을 포함해 자신의 통산 첫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고, 5타수 4안타 3타점을 기록한 추신수의 시즌 타율은 2할2푼6리에서 2할3푼5리(315타수 74안타)로 크게 올랐다.
추신수의 사이클링 히트는 개인 최초이자 빅리그에서 뛴 아시아 선수로도 최초다. 이번 시즌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브룩 홀트(보스턴 레드삭스)에 이은 2호 기록이다. 무엇보다 부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기분 좋은 기록이었다는 점이 가장 긍정적이다.

도루까지 곁들인 추신수의 맹타 속에 텍사스는 9-0으로 완승했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개인 첫 사이클링 히트를 해내며 시즌 내내 이어지던 타격 부진을 씻을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제프 배니스터 감독의 신임도 어느 정도는 회복할 수 있어 다시 타순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생겼다.
홈런 포함 4개의 안타 중 3개가 2루 베이스 기준으로 우측으로 향했고, 그 중 홈런을 제외한 두 개가 상대의 시프트를 무너뜨릴 정도로 날카롭고 빠른 타구였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추신수는 일관된 방향으로 타구를 보냈고, 그 타구들의 질도 모두 좋았다. 9회초 3루타 역시 마찬가지였다.
잘 알려진 대로 콜로라도의 홈 쿠어스필드는 타자들에게 유리한 구장이다. 해발 고도가 높아 기압이 낮고, 이로 인해 같은 타구도 다른 구장에 비해 멀리 나간다. 땅볼 타구인 경우 구장의 덕을 보기 힘들지만, 타자들이 경기에 들어가기 전부터 심리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어 투수로서는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다.
이 쿠어스필드에서 살아나며 추신수는 반전 계기를 만들었다. 콜로라도와의 시리즈 첫 경기가 있던 전날에는 대타로 한 타석만 들어가 제대로 된 타격을 펼치기 쉽지 않았으나 이날은 선발로 출전하며 반드시 한 타석 안에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추신수는 전통적으로 후반기에 강했다. 통산 전반기 타율이 2할6푼6리인 추신수의 후반기 타율은 2할9푼4리로 훨씬 높다. 후반기를 시작해 나가고 있는 시기에 이런 대기록이 나온 것은 앞으로 있을 경기에도 좋게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제대로 분위기를 전환한 추신수가 어떤 모습을 이어갈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