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팀에는 몇 명의 리더가 있다. 감독이 총괄적인 리더지만 감독만의 리더십으로 팀을 끌어갈 수는 없다.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선수들을 끌어가는 리더가 있고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단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리더도 있다. 벤치에서 선수들의 가교 임무를 하는 리더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김연훈(30)은 SK를 끌어가는 리더 중 하나라고 봐도 틀림이 없다.
김연훈의 목은 성할 날이 없다. 벤치에서 동료들의 사기를 올려주기 위해 고함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선수는 “그 많은 관중들이 있는데도 1루에서 들릴 때가 있을 정도”라고 혀를 내두른다. 동료들이 좋은 플레이를 했을 때는 기를 살려주고 실책을 했을 때는 격려로 분위기가 처지지 않게끔 한다. 이는 벤치 분위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같은 패배라도, 분위기가 축 처진 상황에서 지는 것과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지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김연훈은 “나는 항상 백업 선수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런 일에는 익숙한 편”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은 그 임무에 대한 소중함을 안다. 김연훈은 “경기에서는 지더라도 덕아웃 분위기가 처져서는 절대 안 된다”라고 말한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향상을 이뤘다. 김연훈은 “어릴 때는 멋도 모르고 소리만 질렀다. 하지만 이제는 덕아웃 분위기를 본다. 타이밍을 살핀다는 점이 달라진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이도 무형적으로 큰 가치다.

이제는 최선임과 젊은 선수들의 중간쯤의 위치에 선 김연훈이다. 워낙 성격이 밝고 좋아 팀원들에게 인기가 많은 김연훈은 자신의 몫이 그 가교임을 잘 알고 있다. 경기 전 조동화 등 베테랑 선수들과 장난을 치다가도, 어느새 젊은 선수들의 옆에 가서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역시 팀의 리더 중 하나인 조동화도 “덕아웃 분위기가 처질 때면 봉황대기 응원하듯이 목소리를 높이는 선수”라고 고마워한다. 기록에서 드러나지 않는 소중한 공헌이다.
그런 김연훈은 최근 그라운드 내에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시즌 중반 1군에 올라온 김연훈은 20경기에서 타율 2할8푼1리를 기록하고 있다. 유격수, 2루수를 오고 가는 수비적 공헌은 여전히 만점이다. 21일 인천 두산전에서는 1510일 만에 홈런포를 터뜨리며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한동안 지쳐 보였던 SK 내야와 덕아웃의 활성 비타민이라고 할 만하다. 김연훈은 그 비결에 대해 “매사에 집중하려고 노력한 덕분”이라고 겸손해한다.
2011년 시즌 이후 공익근무로 군 문제를 해결한 김연훈은 복귀 시즌이었던 지난해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스스로 몸 관리를 잘 하지 못했다는 것이 김연훈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래서 올 시즌을 앞두고는 누구보다 더 굵은 땀을 흘렸다. 김연훈은 “요즘에는 야구를 해야 야구가 소중한 것을 안다라는 말을 실감한다. 왜 고등학교 때 야구를 그만뒀던 친구들이 사회인야구를 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담담히 말한다. 야구를 할 수 있는 것에 자체에 소중함을 느끼는 김연훈이 매사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즌 초반에는 허리가 좋지 않아 1군 등록이 늦었다. 강화의 장기 재활자들과 함께 하며 절박함을 더 키웠다는 김연훈이다. 지금은 한순간 한순간이 소중하고 행복하다. 궂은 일이라도 1군에서 뛸 수 있다는 자체에 감사하며 산다. 김연훈의 목이 당분간 더 혹사당할 것 같은 이유다. /skullboy@osen.co.kr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