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부침주(破釜沈舟).
파부침주(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굳은 결의). 포항 스틸러스와 FC서울의 결전이 그랬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와 올스타 휴식기로 인해 떨어진 실전 감각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반 중반까지 예열을 마친 양 팀은 한여름 밤의 뜨거운 승부를 선사했다.
서울은 2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하나은행 FA컵 8강서 김대호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박주영의 2골을 앞세워 포항에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뒀다.

포항은 서울에 갚아야 할 빚이 있었다. 지난해 중대 일전에서 번번이 서울의 발목에 잡힌 까닭이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전과 FA컵 16강전서 모두 승부차기 혈투 끝에 석패했다.
중요한 길목에서 서울의 벽에 막힌 포항은 결국 빈 손으로 시즌을 마쳐야 했다. K리그 클래식서 서울과 승점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 밀려 4위로 마감, 3위 서울에 간발의 차로 ACL 티켓을 내줘야 했다.
올 시즌 독기를 품은 포항은 K리그 2차례 맞대결서 모두 승리하며 지난해 아픔을 어느 정도 설욕했다. 지난 3월 22일 안방에서 2-1로 이긴 뒤 이달 11일 원정서도 3-1 완승을 거뒀다. FA컵 8강전만 이기면 모든 게 완벽한 시나리오였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이를 악물었다. 지난해 단판 승부에서의 악몽을 떠올리는 듯했다. 황 감독은 경기 전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이다. 지난해 승부차기서 아픔을 겪었던 만큼 준비를 많이 했다"며 "물러서거나 도망치지 않겠다. 결판을 내야 한다. 90분이 될지 120분이 될지 모르지만 혼신의 힘을 쏟는 일만 남았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최용수 서울 감독도 맞불을 놓았다. "잡아야 하는 상대이고, 경기이다. 절대로 지지 않겠다. 한 팀에 3연패를 당하는 건 큰 흠집이다. 토너먼트에서 승부차기 준비는 필수"라며 혈전을 예고했다.
승리의 여신은 결국 서울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서울은 전반 21분 만에 김대호에게 헤딩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3분 뒤 박주영의 헤딩 동점골과 후반 22분 박주영의 오른발 역전 결승골을 묶어 짜릿한 드라마를 상영했다.
잠시 날개가 꺾였던 독수리가 비상하는 황새를 잡았다./dolyng@osen.co.kr
서울월드컵경기장=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