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30)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솔선수범을 보이며 FC서울의 FA컵 4강행을 이끌었다.
서울은 2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하나은행 FA컵 8강서 김대호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박주영의 2골을 앞세워 포항 스틸러스에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뒀다.
박주영은 올 시즌 친정팀 서울로 복귀했다. 시선은 곱지 않았다. 알 샤밥(사우디아라비아)에서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한 터라 실전 감각이 뚝 떨어진 상태였다.

클래스는 있지만 전성기가 지난 박주영이 서울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우려는 기우였다. 박주영은 올 시즌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K리그 클래식서 16경기 5골 1도움을 기록하며 서울(22경기 24골)의 빈공을 최소화했다.
FA컵서도 박주영의 진가는 여실히 확인됐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와 올스타 휴식기로 떨어진 실전 감각에도 박주영은 여전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전반 중반까지 동료들이 엇박자를 낼 때도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포항의 골문을 위협했다.
0-1로 뒤지던 전반 24분 결국 일을 냈다. 좌측면 프리킥 찬스서 김치우의 자로 잰 듯한 크로스가 올라오자 번쩍 솟구쳐 헤딩 동점골로 마무리했다. 박주영의 장기인 탁월한 위치 선정과 높은 타점, 결정력, 삼박자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박주영은 1-1로 팽팽하던 후반 22분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을 자처했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코너킥이 문전 뒤로 흐르자 침착하게 오른발 역전 결승골로 연결했다. 행운이 따랐다. 선제골 주인공 김대호의 몸에 맞고 굴절되며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박주영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후배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박주영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 감독은 "박주영 무릎이 좋지 않다. 과거 많은 경기를 뛰다 보니 연골 주위에 찌꺼기가 많다"며 "그럼에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친정팀 서울을 향한 애정이 극진하다. 축구 선배 입장에서 후배들이 배워야 하는 모습"이라며 박주영의 정신력에 극찬을 보냈다.
박주영에게 제2의 전성기가 찾아왔다./dolyng@osen.co.kr
서울월드컵경기장=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