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27, 두산)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정교한 배트 컨트롤은 물론 장쾌한 타구까지 날리며 팀 타선을 깨운 일등공신이 됐다. 어떤 선수에게는 평생 허락하지 않는 100안타 고지를 8년 연속 밟은 역대 14번째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김현수는 2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선발 3번 좌익수로 출전, 5타수 4안타(1홈런) 2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타율은 종전 3할2푼2리에서 3할3푼1리까지 끌어올리며 단번에 3할3푼대를 돌파했다.
언더, 우투수, 좌투수를 가리지 않는 김현수의 타격감이 절정에 이른 하루였다. 김현수는 1회 첫 타석에서 언더핸드 박종훈을 상대로 깨끗한 중전 적시타를 날리며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이어 2회에는 두 번째 투수 채병룡을 상대로 좌중간 안타를 치며 타격감을 이어갔고 4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서 다시 중전안타로 출루해 일찌감치 3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2008년 168안타, 2009년 172안타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7년 연속 두 자릿수 안타를 친 김현수는 이날 경기 전까지 97안타를 기록 중이었다. 이날 8년 연속 두 자릿수 안타 고지를 밟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세 타석 만에 가뿐히 이 고지를 밟은 셈이 됐다. 역대 14번째 기록.
김현수의 방망이는 멈출 줄을 몰랐다. 6회에도 아쉬운 상황이 있었다. 고효준의 변화구를 감각적으로 받아쳐 중전안타성 타구를 날렸으나 2루수 나주환의 다이빙 캐치에 걸린 것. 그러나 아쉬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김현수는 8회 마지막 타석에서 진해수를 상대로 좌중월 솔로포를 터뜨리며 올 시즌 12번째 홈런을 신고함과 동시에 시즌 4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2007년 이후 16번째 4안타 이상 경기였다.
타격감이 점차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김현수는 3월 이후 월별 타율이 꾸준히 3할을 웃돌았다. 3할 중반대 타율을 기록하던 예전의 성적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렇게 큰 슬럼프 없이 시즌을 치렀다. 3~4월 타율은 3할2푼6리, 5월 타율은 3할1푼8리, 6월 타율은 3할1푼4리였다. 그러나 이날 4안타를 추가함에 따라 7월 타율은 3할9푼6리까지 치솟았다.
흔히 주전으로 한 시즌을 꾸준히 뛰면 세 자릿수 안타는 따라온다고 한다. 2~3시즌 100안타 이상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많다. 하지만 김현수처럼 8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때린 선수는 30년이 넘는 KBO 리그 역사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드물다. 그리고 김현수는 이 대업을 만 27세에 기록했다. “2000안타 달성은 시간문제”로 평가받는 김현수의 방망이가 더 빛나는 이유다. /skullboy@osen.co.kr
인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