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코 베라(28, 전북 현대)는 소속 클럽의 세탁원이었을까.
전북은 지난 20일 허베이 화샤 싱푸로 이적한 에두(34)를 대신해 베라를 야심차게 영입했다. 지난 시즌 스페인 세군다 디비시온(2부리그)에서 뛴 베라는 정규리그에서만 17골을 넣어 득점 랭킹 6위에 오른 골잡이다. 전북은 베라가 최전방 공격수로 에두 못지 않은 활약을 하길 바라고 있다.
지금은 어떤 외국인 선수 못지 않은 대접을 받고 있는 베라이지만, 불과 5년 전만 해도 베라는 스페인 세군다 B(3부리그)를 전전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심지어 국내에는 베라가 구단에서 세탁을 담당하는 세탁원으로 돈을 벌었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21일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전북현대클럽하우스에서 베라를 만나 5년 전의 이야기를 들었다.
베라는 세군다 디비시온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생활이 무척 힘들었음을 고백했다. 2011년 스페인 매체 '엘 문도'는 베라에 대해 '밀레우리스타(mileurista)'라고 보도한 바 있다. '밀레우리스타'는 1000 유로(약 126만 원) 미만의 소득자를 뜻하는 단어로, 한국의 88만 원 세대와 비슷하다.
베라는 "나도 소득이 적었지만, 집안 사정도 좋지 않았다. 가난했다. 게다가 내가 뛰었던 레모나 클럽도 돈이 없어 힘든 시절을 겪고 있었다. 클럽하우스는 물론 훈련을 할 운동장조차 없었을 정도다. 훈련을 하기 위해 30km 이상은 이동을 해야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베라가 세탁원 출신이라는 보도가 나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클럽에서 제공하는 유니폼이 단 1벌밖에 되지 않았다. 경기를 뛰고 나면 빨리 세탁을 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했다"고 밝힌 베라는 "내가 버는 돈이 많지가 않았다. 그래서 레모나 회장에게 부탁을 해 우리 가족이 선수들의 유니폼을 세탁하고 그 비용을 받기로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선수로 뛰면서도 동료들의 유니폼 세탁을 자처했던 만큼 베라로서는 클럽의 전문적인 세탁원이었던 것보다 더 창피할 수 있는 과거다. 그러나 베라는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이제는 남 부럽지 않은 선수로 성장한 베라는 당시의 일이 현재의 자신을 만든 원동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