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첫 시즌에 불과해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이적 1년차 시즌 목표는 거의 이뤘다. 앞으로도 부상만 없다면 장원준(30, 두산 베어스)의 목표 달성은 무난하다.
장원준은 2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있었던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 6피안타 3탈삼진 3볼넷 무실점 호투해 시즌 10승(5패)째를 따냈다. 평균자책점도 3.00으로 더 내려 양현종(KIA)에 이은 리그 2위가 됐다. 장원준의 10승으로 두산은 창단 처음으로 한 시즌에 두 명의 10승 좌완투수를 배출하는 새 역사를 썼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이적하면서 거액을 받게 되어 사실 장원준도 부담이 없진 않았다. 스스로 돌아본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기는 시즌 첫 등판인 3월 29일 잠실 NC전이었다. 당시 장원준은 초반 컨디션이 썩 좋지만은 못했지만 7이닝을 버티며 9피안타 1탈삼진 2볼넷 1실점해 승리투수가 됐다. 장원준 본인도 올스타 휴식기 전에 전반기를 돌아보며 "부담이 있었든데 첫 단추를 잘 꿰어서 좋았다"고 말했을 만큼 의미 있는 경기였다.

김태형 감독도 처음부터 장원준에게 과도한 부담을 얹어주지 않았다. 시즌 전 김 감독은 장원준에 대해 "로테이션만 잘 지켜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팀에 다른 에이스가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 시즌 전에는 더스틴 니퍼트의 존재감이 컸고, 시즌에 들어오자 유희관이 4월부터 계속 에이스 몫을 해줬다.
하지만 로테이션을 지켜달라는 것은 부상을 당하지 않고 긴 이닝을 소화해 불펜의 부담을 최대한 달라는 주문의 다른 표현이었다. 김 감독의 바람이 실현되면 팀 성적은 자동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장원준은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100% 충족시키며 벌써 108이닝으로 최초 목표였던 170이닝에 조금씩 근접하고 있다.
10승을 채우면서 장원준은 목표 승수를 거의 채웠다. 그는 "한 달에 2승씩만 하자고 생각했다"고 자주 말한다. 페넌트레이스가 보통 6개월 정도 지속되기 때문에 1차 목표는 12승 정도였다고 볼 수 있다. 12승을 넘어 15승까지 도달하면 두산 이적 첫 해에 통산 100승이라는 금자탑도 달성하게 된다. 100승째를 거둘 경우 좌완으로는 송진우(은퇴), 장원삼(삼성)에 이어 통산 3번째가 된다.
승수 목표를 부담 없이 달성할 수 있게 된 만큼 후반기는 이닝 소화에 더욱 신경을 쓰겠다는 생각이다. 9승을 수확한 뒤 전반기 스스로에게 8~90점을 준 장원준은 "후반기에는 더 많은 이닝을 끌고 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일시적인 팔꿈치 통증으로 5월에 한 차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생각만큼 던지지 못한 이닝을 채워야 입단식에서 발표한 목표인 170이닝에 다가가는 것이 가능해진다. 앞으로 로테이션만 꾸준히 지킨다면 가능한 수치다.
장원준이 맹활약하며 두산의 투자도 현명했다는 분석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4년 84억이라는 금액에 많은 이들이 '오버페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 장원준이 보여주는 모습은 몸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그가 오면서 두산은 니퍼트 없이도 전반기를 2위로 마쳤고, 지금도 선두 삼성을 가장 강하게 위협하고 있다. 장원준이 없었다면 상상하기 힘든 그림들이었다.
아무리 10승이 보장된 투수라고 하더라도 투수 한 명을 4년간 쓰는 대가로 84억을 주는 것은 지나친 투자라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우승을 하지 못하던 팀이 새 투수 한 명을 추가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어쩌면 지난 겨울 두산이 산 것은 단순한 10승 보증수표가 아니라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티켓이었는지 모른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