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2개의 얼굴’ K5, 가솔린은 ‘반듯’하고 디젤은 ‘알뜰’했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5.07.23 07: 34

파워트레인에 따라 일곱 색깔로 세분화 한 현대자동차 ‘7세대 쏘나타’를 시승한 게 지난 9일이다. 2주 뒤인 22일, 현대자동차그룹 기아자동차는 2가지 얼굴, 5가지 심장으로 무장한 ‘신형 K5’ 시승행사를 경기도 일산에서 열었다.
같은 세그먼트의 차량이 한 자동차그룹 내에서 ‘동시 출격’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 결정이 갖고 올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현대차그룹의 전략은 동시다발로 큰 장(場)을 만든 뒤 다양한 선택권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켜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것일 터. 그러나 일각에서는 잠식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2주 사이 ‘쏘나타’와 ‘K5’의 새 모델을 잇달아 만났다. 사실, 단순히 두 모델이라고는 말할 수가 없다. ‘쏘나타 1.7 디젤’ ‘쏘나타 1.6 터보’ ‘K5 2.0 가솔린’ ‘K5 1.7 디젤’이라는 4가지 차를 탔다. 엄청 많이 탄 듯하지만 실상은 시승행사에 동원되지 않은 모델이 더 많이 남아 있다.

‘동시 출격’ 여부를 두고 현대차 내부에서 고민이 없었을 리 없다. ‘잠식’에 대한 우려를 잠재울 뭔가가 있었던 게다. 우리나라 자동차 소비자들이 ‘2.0 가솔린’과 ‘1.7 디젤’을 ‘완전히 다른 차’로 인식하는 수준이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은 아닐까? 양자택일이면 잠식이 우려되는 게 맞지만 다자택일이면 되레 파이(시장)를 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변화 전략에 말린 것일까? 2주 동안 플랫폼을 공유하는 4가지 모델을 타면서 ‘비슷한 차’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지 않았던 게 신기했다. ‘쌀’과 ‘밥’, ‘벼’가 국외인에겐 모조리 같은 단어(rice)로 불리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22일, 일산 킨텍스 인근에서 출발해 자유로-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고 송추를 다녀오는 미디어 시승코스에서 ‘신형 K5’는 뚜렷이 제 목소리를 냈다. ‘K5 2.0 가솔린’은 반듯한 모범생, ‘K5 1.7 디젤’은 알뜰한 청춘의 이미지를 새기고 있었다.
2010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5년만에 풀체인지 된 ‘K5’는 ‘디자인 기아’의 대표주자다. 풀체인지라는 표현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뼈대를 구성하는 디자인에는 큰 변화가 없다. 디자인 정체성조차도 남겨두지 않고 글자 그대로 ‘풀체인지’ 했던 사례를 너무 많이 봐서인지 ‘신형 K5’처럼 완성도를 더해가는 풀체인지가 낯설기도 하다. 1세대 디자인이 완성도가 높았다는 반증이기도 하겠다.
대신 세련미에 방점을 뒀다. K5 ‘2개의 얼굴’ 중 MX(Modern Extreme) 모델은 라디에이터그릴과 헤드램프와의 연결감이 좀더 자연스러워졌고, 헤드램프 아래쪽으로 깔끔한 세로형 에어커튼을 설치해 직선의 조형미를 꾀했다. 안개등은 육각형 모양의 LED램프 3개를 조합해 매우 색다른 인상을 만들었다.
SX(Sporty Extreme) 모델은 역동성이 크게 강조 됐다. 에어커튼이 전체적으로는 세로형이지만 역삼각뿔에 가까울 정도로 휑하니 입체적이다. 하단부의 가로형 인테이크홀도 MX모델에 비해 눈에 띄게 커 스포티한 느낌을 뿜고 있다.
차 안으로 들어가면 대시보드는 차분하게 정리가 돼 있다. 쏘나타의 대시보드가 도회적이라면 K5는 좀더 젊잖고 고전적이다. 짙은 색상의 우레탄폼 재질에 스티치를 넣어 천의 질감을 살렸고, 유려하게 흐르는 선으로 직선을 보완해 조화를 이뤘다.
시트가 주는 착좌감은 운전자를 기분 좋게 대우했다. 두툼한 볼스터가 옆구리를 받쳐주고 허리 근육을 밀어주는 백패널도 적당히 힘이 있었다. 버튼 하나로 동승석을 앞뒤로 움직이거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워크인 디바이스’가 동승석 좌측면에 붙어 있어 ‘배려하는 운전자’를 가능하게 했다.
정숙성도 개선이 됐다. 기아차의 설명에 따르면 외부 소음이 들어올 수 있는 창틀에 몰딩기법을 적용하고 대형 언더커버로 노면마찰음을 막았으며, 엔진룸과 실내의 경계인 대시부에 흠차음재를 확대했다. 이 노력은 고속 주행에서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속도가 붙어도 소음은 어느 선에서 멈춰 서 있었다. 
K5 ‘2.0 가솔린’과 ‘1.7 디젤’은 심장이 다른 만큼 매력도 달랐다.
‘2.0 가솔린’은 주행 안정성이 일품이었다. 바퀴와 도로가 하나 돼 움직이는데 그 일체감은 스티어링 휠까지 듬직하게 전해졌다. 아마도 개선 된 조향시스템과 서스펜션이 주는 효과로 여겨진다. 기아차로부터 미리 들은 설명을 되새기자면, ECU의 데이터 처리 단위가 16비트에서 32비트로 향상 됐다. 조향기어의 강성이 증대 되고 칼럼샤프트도 강성이 높아졌다. 뼈대가 튼실해지면서 머리도 좋아진 셈이다. 판단하고 대응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서스펜션은 맥퍼슨 전륜 서스펜션과 멀티링크 후륜 서스펜션으로 개선됐다. 
‘모범생’ 같은 주행성은 운전 취향에 따라 밋밋한 맛이 될 수도 있을 법했다. 운전 모드를 ‘에코’ ‘노멀’ ‘스포츠’로 선택할 수 있으나 각 모드간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톡톡 튀는 돌출형은 못 되고, 꾸준한 모범생 이미지가 ‘2.0 가솔린’에 어울렸다. ‘신형 K5’에 탑재된 누우 2.0 CVVL 엔진은 최고출력 168마력(ps), 최대토크 20.5kg•m에 공인연비 12.6km/ℓ의 제원을 갖고 있다.(자동변속기, 16인치 타이어 기준).
‘1.7 디젤’은 알뜰하게 실용적으로 쓸 수 있는 차였다. 7단 DCT(Double Clutch Transmission)를 탑재 해 유로6 기준을 충족시키면서 복합연비는 16.8km/ℓ(16인치 타이어 기준)에 달했다. 고속도로 구간 20여km를 100km/h로 정속주행 했더니 트립상 연비가 20.4km/ℓ가 나왔다. 최고출력 141마력(ps), 최대토크 34.7kg•m의 충분한 동력성능을 갖추고 있으므로 필요에 따라 꽤나 거친(?) 차로 변신할 수도 있다.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 실용주의 젊은이들에게 어필할 만하다. 시승에서는 ‘알뜰한 당신’ 위주로 테스트 했다.
향후 ‘신형 K5’는 이날 시승 행사에 나온 누우 2.0 CVVL 가솔린, U2 1.7 디젤 외에 감마 1.6 GDi 가솔린 터보, 세타Ⅱ 2.0 가솔린 터보, 누우 2.0 LPi 등 총 5개 엔진 라인업으로 운영된다.
급제동, 급선회시 차량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주는 ‘섀시 통합 제어 시스템(VSM)’,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HAC), 급제동 경보 시스템(ESS), 충돌이 예상되면 차량을 제동시켜 주는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AEB)’이 달려 있는데 테스트 할 여건은 못 되었다. 차간 거리 자동 조절에 자동 정지 및 재출발 기능을 지원하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은 장거리 운전에서 매우 유용하게 써 먹을 만했다. 휴대폰 무선충전 시스템을 갖춘 것도 눈길을 끌었다.
6월 22일부터 약 3주간 진행된 사전 계약에서 8500대가 주문 된 ‘신형 K5’는 주력 모델인 2.0 가솔린 기준 디럭스 2245만 원, 럭셔리 2385만 원, 프레스티지 2520만 원, 노블레스 2685만 원, 노블레스 스페셜 2870만 원이다. 1.7 디젤은 디럭스 2,480만원, 럭셔리 2620만 원, 프레스티지 2755만 원, 노블레스 2920만 원이다.
또한 1.6 터보 모델은 럭셔리 2530만 원, 프레스티지 2665만 원, 노블레스 2830만 원이고 2.0 터보 모델은 노블레스 스페셜 3125만 원, 2.0 LPI 모델은 럭셔리 1860만 원, 프레스티지 2130만 원, 노블레스 2375만 원이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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