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간판타자인 최정(28)은 야구에 대한 고민이 많은 선수다. 다른 말로는 욕심이 많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미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발돋움했지만 배움과 성장에 대한 욕구가 끝이 없다. 앞을 향해 가면서도 옆에 좋은 풍경이 있으면 그것마저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선수이기도 하다.
그런 최정이 변화를 선택했다. 일단 옆의 풍경은 외면하기도 했다. 오직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이에 대해 최정은 상황을 이유로 들었다. 스스로는 부상 때문에 전반기에 날린 경기수가 적지 않다. 팀도 5강 진입을 위해 총력전 모드로 접어들었다. 일단 개인적인 욕심은 접어두고 가장 잘 되는 부분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다행히 일찍 ‘그 부분’을 찾았다. 이제는 그 부분에만 몰두하고 있다.
전반기 막판부터 서서히 감을 찾기 시작한 최정은 후반기 첫 2경기에서 맹활약했다. 21일 인천 두산전에서는 1회 결승 투런 홈런을 포함, 3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22일 경기에서도 비록 팀은 대패했지만 5타수 3안타 1타점을 수확하며 나름대로의 몫은 했다. 최근 6경기 타율은 4할5푼8리에 이른다. 여기에 홈런 3개를 쳤고 매 경기 타점을 수확하는 등 점차 ‘최정다운’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다.

최정은 “아직은 감을 잡았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라고 설명하면서도 하나의 유의미한 변화를 덧붙였다. 최정은 “체중이동을 할 때 좀 더 하체를 써서 세게 치려는 의식을 가지고 타석에 들어선다. 그렇다고 타격 매커니즘이 바뀐 것은 아닌데 일단 신기할 정도로 결과가 좋다. 다 똑같은 데 단지 세게 치자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갖다 맞히는 스윙보다는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이 방망이에 맞지 않으면 타자들은 누구나 고민을 갖는다. 그 고민이 잘못된 방향으로 깊어지면 그것이 슬럼프로 이어진다. 최정도 때로는 그 ‘슬럼프’ 기간이 적지 않은 선수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르다. 머릿속을 비우고 “세게 쳐 멀리 날아가는 타구를 만들겠다”라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하고 있다. 오로지 그 생각이다. 최정은 “한 번 시도를 해봤는데 결과가 좋게 나오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자세로 타석에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런 자세, 그리고 지금의 스윙 매커니즘이 마음에 쏙 드는 것은 아니다. 최정은 “현재 상항에서 응용을 해 시즌을 치러야 할 것 같다. 다른 부분은 올 시즌이 끝난 뒤 캠프 때 다시 생각하겠다”라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팀 사정이다. 최정은 “지금은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팀 타선이 전반기 내내 침체를 이어갔고 부상과 그에 따른 부진을 겪은 최정도 책임론에서 자유롭다고는 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속죄의 심정인 것이다.
최정은 “(부상으로) 올해는 몸을 계속 만드는 상황이 됐다. 출발은 늦은 셈이다. 하지만 늦은 건 늦은 것이다. 내가 지금 상황에서 타이틀에 도전할 것도 아니다”라며 개인 성적에 대한 욕심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부상으로 인한 2군행에 대해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몸이 어떨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라며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쓴 최정이다.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는 각오다. 최정이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야 SK도 산다. SK로서는 다행히 그 조짐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