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방출러시, 김성근 감독 심정은 '읍참마속'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7.24 06: 13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언제 어떻게 자리를 비워야 할지 모른다. 비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사사로운 감정을 느낄 여유는 없다. 하지만 스스로 데려온 선수와 공들인 선수를 내보내는 김성근 감독의 심정은 아마도 읍참마속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한화는 지난 23일 베테랑 투수 마일영(34)과 임경완(40)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KBO에 요청했다. 24일 웨이버 공시 마감시한을 앞두고 육성선수 신분이었던 박한길을 정식선수로 등록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등록선수 정원 65명을 모두 채운 한화는 어느 누군가 자리를 비워야 했고, 전성기가 지난 마일영과 임경완이 유탄을 맞았다. 
김성근 감독은 "2군에서 성적이 안 좋았다. 아쉽지만 지금 우리 상태에서는 새로운 투수가 필요했다"며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팀을 떠나게 된 두 선수의 앞길에 대해서는 "막막하겠지. 이제부터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야구는 해야지"라고 말할 때는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도 그럴 게 임경완은 지난해 가을 김성근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어 영입을 제의한 선수였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캠프에서 지옥 훈련을 성실히 소화했다. 스스로 "지금껏 이렇게 힘든 훈련은 처음이다"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며 구슬땀을 흘렸다. 김 감독은 "틀림없이 예전 같은 볼은 오지 않지만 어떻게 만들고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마일영도 고치-오키나와로 이어지는 스프링캠프에서 김 감독에게 직접 누구보다 많은 질문을 던지고 조언을 메모했다. 당시 마일영은 "잘 안 되니까 이것저것 다 해보는 것이다. 폼만 10번은 바뀐 것 같다"며 "솔직히 자신 없기 때문에 감독님께 자꾸 물어보는 것이다"고 인정했다. 시범경기에선 안정된 투구를 하며 김 감독에게 "작년과 천지차이로 바뀌었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전성기를 지난 두 투수가 반등하기란 역시나 쉽지 않았다. 올해 1군에서 마일영은 2경기, 임경완은 1경기만 던졌을 뿐 대부분 시간을 2군에만 머물렀다. 마운드 새 동력이 필요했던 한화는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내려야 했고, 지난 겨울부터 적잖은 시간 공들인 두 투수와 작별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앞서 웨이버 공시된 외야수 추승우도 지난해 가을과 올해 봄까지 김 감독의 지옥훈련을 받았고, 투수 정민혁과 내야수 전현태도 지난해 가을 마무리캠프 때 2군에서 1군 부름을 받으며 희망을 키우기도 했다. 그러나 냉정한 프로 세계에 사사로운 감정에만 연연할 수 없었다. 그것이 바로 감독의 일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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