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기막히게 오네".
지난 23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한화와 kt의 시즌 12차전을 앞둔 오후 5시40분께. 한화 선발투수 배영수(34)가 몸을 풀기 위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교롭게도 배영수가 나오자마자 잔뜩 어두워지더니 비가 뚝뚝 떨어졌다. 삽시간에 폭우가 쏟아졌고, 5시50분께 우천 연기가 최종 결정됐다.
"내가 나오니까 비가 온다"며 아쉬움을 나타낸 배영수는 다음날 등판을 위해 캐치볼이라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점점 굵어진 빗줄기 탓에 이마저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배영수는 "비가 기막히게 온다"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4월16일 대전 삼성전, 4월19일 대전 NC전, 6월24일 대전 넥센전, 6월19일 마산 NC전에 이어 5번째 선발등판 날 우천 연기였다.

하지마 비 덕분에 삼성과 첫 맞대결이 성사됐다. 김성근 감독은 23일 "내일 선발도 배영수인데 또 비가 온다고 하다. 컨디션 조절에 영향이 있을 것이다"며 배영수의 애로사항을 이해했다. 김 감독의 예고대로 배영수는 2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삼성과 홈경기에 선발투수로 내세운다. 이날도 대전지역 강수확률이 80%에 달한다.
하지만 쉐인 유먼에 이어 안영명까지 주축 선발투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한화에서 배영수는 반드시 써야 하는 카드다. 24일 경기가 우천 연기되어도 25일 또는 26일 삼성전에 선발등판하게 될 것이 유력하다. 이번 주말 3연전 중으로 마침내 삼성과 첫 대결이 성사되는 것이다.
사실 배영수는 지난 4월16일 대전 삼성전에도 선발투수로 예고돼 첫 승부가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봄비로 인해 우천 연기되며 첫 대결이 불발됐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맞대결이다. 배영수나 삼성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충돌하게 됐다.
배영수는 올해 한화 이적 첫 시즌을 맞아 16경기 3승3패1홀드 평균자책점 6.60을 기록 중이다. 최근 6경기 연속 승리 추가를 못하고 있다. 5월27일 대전 KIA전이 마지막 승리. 그 누구보다 승리가 목마른 배영수로서는 친정팀 삼성을 반드시 잡아야만 한다.
삼성도 주중 대구에서 치렀던 KIA와 후반기 첫 3연전에서 1승2패 루징시리즈로 고전했다. 그 사이 2위 NC에 반경기차로 쫓기며 1위 수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과거의 에이스 배영수를 상대로 1위 수성에 나서야 하는 얄궂은 상황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