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배에서 돌풍을 일으킨 성재헌(18, 성남고)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아직 프로 구단의 지명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키웠다.
성재헌은 23일 끝난 '제 49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연이은 호투를 펼치며 성남고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에이스 안현석이 빠진 성남고는 성재헌의 호투를 바탕으로 우승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성재헌은 팀이 치른 5경기에 모두 등판해 466구를 던지며 31⅓이닝 6실점(3자책)해 평균자책점 0.84로 대회를 마쳤다.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감투상은 그의 몫이었다.
물론 혹사 논란도 있었다. 거의 매 경기 100개 가까이 던졌고, 100개를 넘긴 경기도 있었기 떄문이다. 성남고의 박성균 감독도 결승전 직전 "본인이 이번 대회에 불살라보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약간 어깨가 무거워 보이는데 본인은 아니라고 하더라. 기를 꺾을 수도 없어서 등판시켰다"고 말할 정도였다.

172cm의 단신이지만, 마운드 위에 서면 유희관(두산)처럼 당당하게 던진다. 포심 패스트볼 구속도 130km대 초반에서 중반 사이로 유희관과 비슷하다. 섞어 던지는 느린 커브 역시 같은 좌완인 유희관을 연상케 한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성적에 비해 과소평가 받는 것도 닮은 점이다.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과 더불어 주자 견제도 수준급이다. 성재헌을 지도하고 있는 박 감독은 "매 경기 견제로 1명씩은 잡는다. 프로는 보직이 다양하니 꼭 선발이 아니더라도 자기 몫은 할 수 있다. 처음엔 대학에 진학하는 쪽으로 많이 기울었는데 지금은 (프로에 도전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올라간 것 같다"고 평했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다. 한 프로 구단 스카우트는 "성재헌은 경기를 풀어 나가는 능력이 좋지만, 프로에서는 어느 정도 통할 수 있는 구속을 갖춘 선수를 선호한다. 성재헌의 프로 지명 확률은 50:50이라고 본다"며 그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인 부분을 언급하며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이 스카우트는 이어 "물론 유희관처럼 던지는 좌완투수들이 요즘 많지만, 유희관도 지명 당시에는 1군에 오른다면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활용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던 투수였다가 상무에서 좋아진 케이스다. (성재헌이) 낮은 순번이라도 지명을 받으면 프로에 입단할 것이라 생각한다. 신고선수로 데려가려 하면 대학을 선택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이 스카우트는 "유희관은 고교 시절 구속이 126~127km 정도였고, 중앙대 진학 후 133~135km 정도를 던졌다"며 지금 성재헌이 보이는 구속이 장충고 시절의 유희관보다는 빠르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대통령배라는 큰 대회를 통해 주가를 올린 만큼 '제 2의 유희관'이라는 찬사 속에 오는 8월 프로 지명의 영광을 누릴 수 있을지도 주목해볼 일이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