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만 보면 이만한 명승부도 찾기 힘들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결승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았다.
23일 끝난 '제 49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는 연장 11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11-10으로 성남고를 꺾은 광주일고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광주일고는 에이스 정찬헌(LG)이 버티던 2007년 '눈물왕자' 이형종(LG)의 서울고를 제압한 명승부 이후 8년 만에 다시 이 대회 정상을 차지했다.
우승은 언제나 영광스런 일이지만, 과정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익숙치 않은 야간경기인데다 비가 와서 투수들이 공을 던지는 것과 야수들이 수비하는 것 모두 힘들었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양 팀 선수들이 보여준 수비는 결승에 오른 팀들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2-0으로 앞서던 광주일고가 7회초 추격과 역전을 허용하기 시작한 것도 김태진의 슬라이딩 캐치 실패가 나온 뒤였고, 2-7까지 뒤졌던 광주일고가 9회말 극적으로 7-7 동점을 만들 수 있었던 것 역시 성남고 선수들이 플라이 처리를 제대로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장에 가서도 실책성 플레이들이 셀 수 없이 나왔다. 이미 경기 내내 반복된 장면들이기도 했다. 기본적인 외야 플라이도 거리 측정을 제대로 하지 못해 뒤로 빠뜨리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성남고는 연장에서만 평범한 내야 플라이 2개를 안타로 만들어줬고, 그 중 하나가 MVP 김태진의 끝내기 안타였다. 양 팀 통틀어 기록된 실책은 광주일고가 저지른 3개가 전부였지만, 기록되지 않은 실책은 더 많았다.
과거에는 고졸 신인 야수들이 프로에서 곧바로 활약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따금씩은 팀 내 간판 같은 활약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신인 야수가 첫 시즌에 1군 무대를 한 번 밟아보는 것조차 힘들다. 그만큼 프로 1군의 기량이 발전해 아마추어 선수들과의 격차가 커진 것도 있지만, 그 틈을 깰 새로운 야수들이 쉽게 나오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날 결승전을 치르기 전 성남고의 박성균 감독은 "요즘 선수들이 투수만 선호해서 좋은 야수 발굴이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야수들이 프로 직행보다는) 대학에 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폈다. 박 감독이 이 말을 한 뒤에 결승전에서 많은 수비 실수들이 나와 박 감독의 의견은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우승을 거머쥔 광주일고 김선섭 감독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이에 관한 질문에 "선수에게 맞는 옷을 입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구와 타격을 다 잘 하는 선수들이 투수를 하려는 측면은 있다. 각자에게 맞는 옷을 입히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간단히 설명했다.
물론 뛰어난 자질을 갖춘 선수들이 투수가 되려 한다는 것을 좋은 야수가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로 무조건 몰아가면 곤란하다. 모든 일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그 모든 원인들을 한 눈에 분석해낼 수는 없겠지만, 야수들의 기본기가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중지를 모아 장기적인 대책을 찾아야 할 일이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