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새 외국인 투수 에반 믹(32)이 데뷔전을 치렀다. 비록 1이닝 소화에 불과했지만 인상적인 투구 내용을 남겼다.
KIA는 올 시즌 든든한 선발진을 바탕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기록했다. 꾸준히 5할 승률을 오갈 수 있었던 것 역시 마운드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발진에선 에이스 양현종에 이어 조쉬 스틴슨이 2선발의 임무를 해냈다. 여기에 시즌 초반 문경찬에 이어 서재응, 김병현, 김진우 등 베테랑이 빈자리를 메웠다.
힘들게 선발진을 꾸려가던 상황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필립 험버의 부진이었다. 험버는 메이저리그 퍼펙트게임 경력 등으로 입단 당시부터 관심을 모았다. 선발진의 한축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성적은 초라했다. 12경기에 등판해 3승 3패 평균자책점 6.75의 기록. 김기태 KIA 감독은 “적응의 문제”라며 끝까지 믿음을 보였지만 반등하지 못하고 웨이버 공시됐다.

그 자리를 대신한 건 에반이었다. KIA는 지난 20일 험버의 웨이버 공시와 함께 에반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에반은 메이저리그 통산 179경기에 등판해 7승 11패 평균자책점 3.63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등판 경험은 없었다. 대신 마이너리그 통산 300경기 중 55경기를 선발로 출전했다. KIA는 어쨌든 선발로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상황. 김 감독은 선발에 앞서 “불펜으로 1~2경기 출전시킬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처음 마운드에 올랐다. 에반은 양현종-최영필-심동섭에 이어 팀이 7-2로 앞선 9회말 등판했다. 에반은 첫 상대 타자 이승엽을 상대로 140km 후반대의 빠른 공을 던지며 순조롭게 2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이후 파울 1개가 나온 후 4구째 떨어지는 커브(132km)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데뷔 첫 상대 타자에게 첫 탈삼진을 뽑아낸 것.
이어 박석민에게도 공격적인 피칭을 앞세워 2스트라이크를 잡았고 3구만에 2루 땅볼로 돌려세웠다. 마지막으로 상대했던 박찬도에게는 1B2S의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후 130km의 커브를 던져 두 번째 탈삼진을 잡아냈다. 첫 불펜 등판에서 1이닝 2탈삼진 퍼펙트의 기록. 전체적으로 빠른 투구 템포와 공격적인 피칭이 인상적이었다. 김기태 감독 역시 이 부분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물론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에반이 던진 공은 11개에 불과했다. 이날 경기 후 이대진 투수 코치 역시 “아직은 더 봐야 한다”라고 했지만 “꾸준히 관찰했었는데, 기대한대로 잘 던져준 것 같다”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이어 이 코치는 “빠른 공은 자연성 컷 패스트볼이다”면서 “공격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첫 등은 합격점이었다.
이제 에반이 선발 투수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KIA는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16일 광주 LG전 이전까지 5연패를 당하며 하락세를 겪었다. 2일부터 16일까지 2승 9패의 기뢱. 선발 투수들이 무너졌던 것이 패인이었다. 그러나 새로 합류한 외국인 투수 에반이 첫 불펜 등판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만약 기대대로 안정감을 보여준다면 KIA는 양현종-스틴슨-에반의 안정적인 마운드를 구축하게 된다.
과연 대체 용병 에반이 KIA 선발진에 새 바람을 일으킬지 지켜볼 일이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