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운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 2015년 가장 중요했던 2경기를 꼽아보라면 7월 15일과 16일 청주 한화 이글스전이다. 사면초가에 몰려 있던 이 감독은 한화전 2연승을 거두면서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를 위닝시리즈로 이끌었고, 후반기를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롯데의 2연승 당시 불펜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선수는 홍성민(26)이다. 홍성민은 15일 경기에서 10-7로 추격을 허용한 무사 1루에 구원등판, 김태균을 병살 처리하고 한상훈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았다. 비록 롯데는 경기 막판 동점을 허용했지만, 홍성민이 7회를 마무리짓지 못했다면 진작에 뒤집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경기였다. 게다가 16일에는 선발 브룩스 레일리가 2회 1사 상황에서 헤드샷 퇴장을 당하자 곧바로 구원등판, 4⅔이닝을 5피안타 2실점 1자책점으로 틀어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구단 내부에서는 '홍성민이 이종운 감독을 살렸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런데 올해 홍성민의 보직은 여전히 수수께끼다. 시즌 성적은 44경기 3승 2패 6홀드 55⅔이닝 평균자책점 3.88, 롯데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이 출전했고 불펜투수 중에서는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그러한 와중에도 불펜투수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현재 홍성민의 보직은 '마당쇠'다.

23일 울산 NC전도 그랬다. 홍성민은 선발 심수창이 2⅔이닝 8실점으로 무너진 뒤 0-8에서 마운드를 이어 받았다. 2사 1,2루 추가실점 위기에서 바통을 건네받은 홍성민은 윤병호를 삼진 처리했고, 이후 2이닝을 더 소화하면서 2⅓이닝 1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지석훈에게 맞은 솔로포가 유일한 실점이었고, 8명의 타자를 상대로 삼진 5개를 잡아냈다. 홍성민이 경기 중반 NC 타선을 식혀 준 덕분에 롯데는 9-11로 추격전을 벌일 수 있었다.
최근 롯데 불펜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투수지만, 홍성민은 8점 차에 등판했다. 그의 장점이라면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즌을 준비하며 선발 후보로 손꼽혔고, 올해 구원등판으로 4⅔이닝을 던진 경기만 2번이다. 퀄리티스타트까지 기대하기는 힘들어도 최소한 5이닝은 막아 줄것이라는 믿음은 주는 선수다.
롯데는 후반기들어 심수창을 4선발로 낙점했고 전반기 막판 선발로 호투하던 김승회를 불펜으로 돌렸다. 5선발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금으로서는 박세웅이 가장 유력하다. 그런데 선발로 기회를 한 번쯤은 줘볼만한 홍성민은 올해 단 한 번도 선발로 출전하지 못했다.
물론 현재 불펜에서 홍성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다른 선수도 대체하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야구는 선발투수가 중요하다. 지금 롯데처럼 선발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홍성민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올해 홍성민은 이기고 있을 때 19경기, 지고 있을 때 25경기에 나왔고 4점 차 이상 벌어졌을때도 19경기나 나왔다. 특히 5점 이상 벌어진 상황에서 모두 13경기에 나왔다. 분명한 건 홍성민은 지금보다 더 쓰임새가 많은 투수라는 점이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