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45, 전남 드래곤즈)가 개인 통산 K리그 700경기 출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김병지는 오는 26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리는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출전할 경우 700경기 출전 기록을 달성한다. 2006년 K리그 최다 출장 기록을 경신한 이후 9년 동안 K리그의 역사를 매번 새롭게 쓰고 있는 만큼 특별하지는 않지만, 700경기 출전을 위해 김병지가 23년여 동안 흘린 땀을 아는 많은 이들이 박수를 치며 축하할 날이다.
하지만 몇몇 이들은 김병지를 향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필자는 몇몇 경기에서 상대팀 코치들끼리 김병지를 두고 '후배 골키퍼들을 죽이고 있다'고 수군거리는 것을 듣기도 했다. 김병지가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 무실점 경기수 2위, 20경기 21실점(평균 1.05 실점) 등으로 수준급의 젊은 선수 못지 않은 활약을 하고 있는 건 김병지보다 젊은 코치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아닌 듯 했다. 김병지에게는 껄끄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지난 24일 광양에 위치한 전남드래곤즈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병지는 스스럼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김병지의 현역 생활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후배들의 귀감 및 본보기라는 시선, 후배들의 앞 길을 막거나 죽이고 있다는 시선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요즘 많이 듣는 이야기는 '대단하다'는 소리다. '너 때문에 후배들이 기회를 잡지 못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정작 후배들은 내게 '선수 생활 오래 하세요'라고 이야기 해준다. 그렇게 돼야 후배들도 나만큼 선수 생활을 오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몇몇 이들이 후배들의 자리 하나를 내가 막고 있다고 하는데, 잘 보면 나랑 같이 생활했던 후배들이 잘못된 것도 아니다. 신화용(포항), 정성룡(수원), 박준혁(성남), 김용대(서울), 권정혁(광주), 김호준(제주) 등이 나와 같이 뛴 골키퍼 후배들이다. 내가 후배들을 죽이고 있다는데, 대부분의 선수들이 K리그의 주전 골키퍼가 됐다.
-부정적인 시선에 반박할 수 있는 것이 경기력일 것이다. 기록만 놓고 보면 전성기 때와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기록만 보면 데뷔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조금씩의 차이는 있어도 큰 차이는 없다. 올해의 경우도 실점(20경기 21실점) 등 다른 기록적인 면 모두의 페이스가 비슷하다. 물론 외적인 차이는 있다. 젊었을 때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이제는 아무래도 안정적인 것을 추구한다. 경기력이 떨어진다면 지금의 자리를 고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프로인 만큼 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주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훈련을 통해서 경쟁을 하고, 출전에 적합한 선수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23년여를 뛰었다. 경기 스타일 외에 젊었을 때와 현재를 비교하면 무엇이 달라졌나.
경기에 대한 생각 자체가 달라졌다. 솔직히 예전에는 이기적인 생각이 강했다. 골키퍼인 만큼 0-0 무승부와 4-3 승리를 선택하라고 하면, 젊었을 때는 0-0을 선택했다. 내가 무실점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4-3 승리가 아니라 5-4 승리도 좋다. 실점을 많이 해도 팀이 이기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팀 승리의 가치를 알게 되면서 이기적인 생각이 없어졌다. 자연스럽게 팀에 대한 생각과 책임감이 늘었다. 내공이 쌓였다고 할까. 방향성의 중요성도 알게 됐다. 예전에는 빠르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속도보다 중요한 건 옳은 방향이라는 걸 알게 됐다.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된 곳에 도착을 해야 옳은 것이다.
-그라운드에서 같이 뛰는 선수 중에는 조카뻘의 선수도 많다. 그래서 '삼촌'이라고 부르는 것일텐데, 함께 생활하는데 문제는 없나?
개인적으로는 문제점보다 좋은 부분이 많다. 젊은 선수들과 생활하면서 생각도 젊어진다는 것을 느낀다. 또한 젊은 선수들 특유의 유쾌함을 볼 수 있어서 좋다. 경계를 허문다고 하면 좀 그렇지만, 우리 전남은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를 존중하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신인 선수, 고참 선수, 코치, 감독 모두가 서로에 대해 존중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다. 올스타전 때 들어보니 우리 전남의 분위기가 가장 좋다고 하더라. 굳이 문제점을 찾자면 동료들이 나 때문에 코칭 스태프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 못하는 것 같다. 내가 감독, 코치와 동갑이다 보니 난처할 것이다(웃음).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