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WAR 4위’ 강정호, ROY 레이스 달린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7.24 06: 13

강정호(28, 피츠버그)가 기대 이상의 메이저리그(MLB)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 시즌 MLB 신인들의 성적을 살펴보면 강정호의 맹활약이 새삼 실감난다. 수상 가능성 자체는 낮지만 신인왕 투표 때 득표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강정호는 23일(이하 한국시간)까지 78경기에 나가 타율 2할8푼6리, 5홈런, 30타점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은 3할6푼5리로 수준급이고 장타율도 4할1푼2리를 기록, 0.777의 OPS를 기록하고 있다. 23일까지 최근 4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공격 지표를 바짝 끌어올리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두 명의 주전 내야수(조시 해리슨, 조디 머서)의 부상까지 겹쳤다. 이제 강정호는 피츠버그 내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떠올랐다.
물론 KBO 리그에서 수년간 뛴 강정호를 순수한 신인으로 볼 수는 없다. 다만 MLB 첫 시즌에 겪는 시행착오는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다. 낯선 환경, 그리고 한 단계 수준 높은 투수들과 싸워야 한다. 여기에 강정호는 미국 야구가 처음이다. 마이너리그에서 미국 야구 문화를 충분히 익히고 들어온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오히려 애로 사항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강정호는 신인왕 레이스에도 이름을 올릴 만한 성적을 내고 있다. 객관적인 수치가 그렇다.

미 스포츠전문매체 ESPN의 집계에 의하면, 강정호의 올해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2.2다. 이는 250타석 이상에 들어선 올해 신인 타자 중 4위에 해당하는 호성적이다. ESPN의 산출 방식에서 강정호보다 더 높은 WAR을 기록 중인 선수는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 2.9), 맷 더피(샌프란시스코, 2.9), 작 피더슨(LA 다저스, 2.4) 뿐이다. 투수 중에서는 테일러 영맨(밀워키)가 강정호와 비슷한 수치로 선두다. 일찌감치 10승을 달성한 크리스 헤스턴(샌프란시스코)는 1.4로 집계됐다.
브라이언트와 피더슨은 올 시즌 MLB 전체를 달구고 있는 신성들이다. 피더슨은 벌써 20개의 홈런을 쳤다. 신인 중 1위다. 브라이언트는 타율이 2할5푼8리로 떨어지는 편이지만 12개의 홈런과 신인 최다 타점인 54타점을 기록 중이다. 3할에 근접한 타율(.297)을 기록하고 있는 더피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헤스턴과 영맨도 투수 쪽에서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WAR로 본다면 강정호도 만만치 않은 기세를 뽐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공교롭게도 다섯 선수는 모두 내셔널리그 소속이다. 아메리칸리그 신인 중에서는 강정호보다 높은 WAR을 기록 중인 선수가 없다. 2년 전 류현진(LA 다저스)처럼 살짝 아쉬운 상황은 될 수 있다. 그러나 250타석 이상에 들어선 신인 타자가 양대리그를 통틀어도 14명 밖에 없다는 점, 그 중 강정호보다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인 선수가 3명밖에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강정호의 무난한 적응세를 실감할 수 있다.
피더슨과 브라이언트가 버티고 있어 신인왕 수상 가능성은 낮다. 다만 2년 전 류현진이 신인왕 투표에서 얻었던 지분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흥미로운 대목이다. 당시 류현진은 사이영상 레이스를 벌였던 호세 페르난데스(마이애미), 팀 동료 야시엘 푸이그, 그리고 셀비 밀러(세인트루이스)에 이어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4위를 기록했다. 1·2위표를 얻지는 못했으나 3위표 10장을 받아 10점을 기록했다. 강정호가 시즌을 잘 마무리해 신인왕 투표에서도 팬들의 흥미를 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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