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선수에게 KBO리그는 기회의 땅이다.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것보다 최소 2, 3배 이상의 연봉을 받으며, 정규시즌 일정도 마이너리그에 비해 훨씬 수월하다. 메이저리그가 멀어진 상황이라면, 한국에 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낯선 곳이긴 하지만 치안이 좋고 문화시설도 잘 되어있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편하다.
올 시즌 LG 트윈스 외국인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한국을 떠난 잭 한나한부터 헨리 소사, 루카스 하렐, 루이스 히메네스 모두 한국생활에 만족했다. 한나한의 경우, 첫째 아들이 한국 유치원에 적응하면서, 미국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아들을 설득시키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무대 4년차를 맞이하는 소사는 서울시내 대중교통은 물론, 시외 교통까지 자유롭게 이용하며, 한국음식도 즐겨 먹는다. KBO리그 1년차인 루카스는 식당에 혼자 들어가도 당황하지 않고 음식을 주문한다. 히메네스는 꽤나 정확한 발음으로 KPOP을 부른다. 이들의 목표는 내년에도 한국에서 뛰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실력을 증명해야 생존할 수 있다. KBO리그에서 외국인선수는 대형 FA나 마찬가지다. 팀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고, 통역이 마치 개인 매니저처럼 그라운드 안팎에서 도움을 주는 만큼, 리그 최정상급 활약을 펼쳐야 한다. 팀 당 외국인선수에게는 세 자리만 할애되어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뛰어난 활약을 해도 교체될 수 있다.
현재 LG 외국인선수 셋 모두 내년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소사는 4월까지만 해도 리그를 정복하는 듯싶었지만, 5월 중순부터 극심한 기복에 시달리고 있다. 루카스는 소사와 반대다. 5월까지만 해도 곧 방출통보를 받고 짐을 쌀 것 같았는데, 6월 들어 대반전의 성공했다. 히메네스는 KBO리그 데뷔전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7월 들어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목표달성을 위해선 소사와 히메네스는 다시 상승곡선을 타야하고, 루카스는 상승세를 시즌 끝까지 이어가야 한다.
소사와 히메네스는 절치부심하며 후반기를 맞이했다. 갑자기 찾아온 허리통증에서 회복한 소사는 올스타전에서도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며 후반기 반등을 예고했다. 부상이 재발하지 않도록, 쉬는 날에도 병원에서 허리 상태를 꾸준히 확인하며 컨디션 회복에 전력을 다했다. 소사는 24일 잠실 kt전에서 후반기 첫 선발 등판에 나선다.
히메네스는 최근 타격 부진이 답답한 듯 시내 한복판에서 특타를 했다. 올스타 휴식기에 구단 훈련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숙소인 강남역 부근 배팅 연습장을 찾아 특타에 들어갔다. 2만원을 투자(?)해 400개의 공을 쳤다. 마냥 활발하고 낙천적으로 보이는 히메네스지만, 야구를 향한 자세는 진지하다. 매일 코칭스태프의 조언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팀 훈련에 임한다.
루카스는 자신의 반등에 대해 “솔직히 말해 한나한이 떠난 것에 큰 영향을 받았다. 한나한이 늦게 합류했지만 잘 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나한의 퇴출이 자신에게는 충격요법이 됐다는 의미다. 실제로 루카스는 한나한이 떠나자 그라운드 안팎에서 행동이 180도 바뀌었다. 마운드 위에서 침착성을 잃고 자멸하는 모습도 사라졌다. 팀 동료들도 루카스의 변한 모습에 당황할 정도다.
LG는 시즌 전적 39승 49패 1무로 9위에 자리 중이다. LG의 부진를 놓고 불펜진 붕괴, 베테랑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와 부상, 신예들의 더딘 기량향상 등 여러가지 원인을 제시할 수 있다. 외국인선수의 꾸준치 못한 활약도 여기에 포함된다. 남은 55경기가 소사 루카스 히메네스에게는 생존과 직결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