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는 비쌀수록 잘 팔린다? 올 상반기 1억 원 이상의 고가 수입차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억 원 이상~1억 5000만 원의 차량 판매량이 2013년 8230대, 2014년 9360대로 증가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7087대가 팔려 지난해 수치의 약 76%를 실현했다. 1억 5000만 원 이상으로만 표시되는 초고가의 차량들도 2923대, 5616대, 5030대로 판매 성장세가 가장 가파르게 늘어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1월부터 6월까지 판매된 수입차는 11만 9832대로 지난해 연간 판매량 19만 6359대의 약 61%를 달성했다. 업계서는 이대로라면 올해 사상 첫 연간 판매량 20만 대를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차량 평균 판매가가 1억 원을 훌쩍 넘는 업체들의 성장세가 놀랍다. 이름만 들어도 ‘억소리’ 나는 업체들의 상반기 판매량이 지난해 연간 판매량 2/3에 도달했거나 이미 돌파한 것.

벤틀리는(Bentley)는 2014년 연간 판매량이 322대이며 올 상반기 6개월 동안 223대가 판매돼 지난해 판매량의 약 70%를 채웠다. 6개월 동안 평균 37대가 팔렸고, 이 기조를 유지한다면 올해 400대는 거뜬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약 96% 판매가 증가한 2014년의 기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대로라면 올해도 역시 약 4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규어는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기대되는 곳이다. 2013년 연간 판매량이 1901대, 지난해는 1989대였다. 그런데 올 상반기에만 1433대의 판매고를 올린 것. 6월에만 무려 825대가 팔려 월 평균 약 240대가 새 차로 등록됐다. 형제 브랜드인 랜드로버도 만만치 않다. 올 상반기까지 3267대가 나가 지난해 연간 판매량 4675대의 약 70%를 진즉 이뤄냈다.
포르쉐의 기세도 무섭다. 2013년 2041대, 2014년 2568대였던 연간 판매량이 올해는 4000대 달성을 바라보고 있다. 1월부터 6월까지 2120대가 팔렸으며 6월에는 479대로 월 판매 최대치를 올렸다.
웬만한 중대형 아파트 전셋값을 호가하는 롤스로이스도 올 상반기에만 32대가 팔렸다. 지난해는 45대, 2013년에는 30대가 12개월 동안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어마무시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 3사 중에 올해 가장 좋은 판매고를 보이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도 최고급 세단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클래스’로 경쟁자들을 쉽게 따돌리고 있다. 출시 4달만에 306대가 팔렸다. S 500과 S 600 두 개 트림으로 구성되며 각각 2억 3300만 원, 2억 9400만 원의 몸값을 자랑한다.
문제는 이러한 고가 수입차를 업무용으로 구매하면 비용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 일부 소비자들이 최근 고가 수입차 구매 시 차량을 업무용, 즉, 법인명의로 등록해 탈세의 온상으로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1억 원 이상의 고가 수입차는 총 1만 4979대가 신규등록 됐으며 이 중 83.2%가 업무용으로 등록됐다. 특히, 2억 원 이상의 초고가 모델의 경우 업무용 판매 비중이 87.4%에 달했다.
올 상반기 동안에는 벤틀리는 28대가 개인, 196대가 법인 판매였으며 재규어는 개인 648대, 법인 785대, 포르쉐는 개인 577대, 법인 1543대, 롤스로이스는 32대 중 단 한대만 개인으로 등록됐다. 벤츠 또한 개인이 9480대, 법인이 13443대로 법인 판매 비중이 더 높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지난해 업무용 차량에 주어진 세제혜택은 50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 매년 이를 통해 2조 5000억 원 규모의 세금이 새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업무용 차량 비용처리 금액의 한도를 3000만 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인세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일각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fj@osen.co.kr
벤틀리 '플라잉스퍼 V8'(위)와 롤스로이스 '고스트2'./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