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자욱(23)의 기세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어느덧 타격 4위까지 오르며 신인왕은 넘어 타격왕까지 도전할 기세다.
24일까지 구자욱의 성적은 놀라울 따름이다. 삼성의 87경기 중 83경기에 출장한 구자욱은 타율 3할4푼5리 95안타 9홈런 43타점 62득점 12도루로 가공할 만한 성적을 내고 있다. 6월 이후 리그에서 가장 높은 4할3푼6리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구자욱은 어느새 타격 랭킹 전체 4위로 도약했다.
올 시즌 내내 넥센 유격수 김하성과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구자욱은 6월 이후로 무서운 기세를 뽐내며 기록상으로도 김하성을 역전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나아가 타격왕에도 도전장을 내밀만하다. 올해 처음 1군에서 풀타임으로 뛰는 중고 신인이라곤 믿기지 않는다.

구자욱은 아직 욕심을 내지 않는다. 그는 "신인왕에 대한 욕심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주위에선 '신인왕 레이스가 역전됐다'고 분위기를 띄우지만 그는 "아니다. 아직 모르겠다"며 손사래 친다. 이 정도라면 스스로 욕심을 낼 법도 하지만 겸손에 몸에 배어있는 구자욱에게는 맞지 않다.
그는 "신인왕이나 타율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숫자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형식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구자욱이 가장 욕심내는 건 타율도 아니고 신인왕도 아니었다. "나는 매타석이 욕심난다. 한 타석, 한 타석만 욕심내고 있다"는 게 구자욱의 말이다.
1번타자로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구자욱은 지난달 23일 사직 롯데전 9호 홈런 이후 한 달 넘게 홈런은 없다. 이 역시 욕심을 부리지 않은 결과. 그는 "홈런은 제가 친다고 해서 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은 1번이고 출루를 많이 해서 살아나가 득점을 많이 하는 게 홈런보다 중요하다"고 답했다.
타격에 비해 부족하다는 수비에 있어서도 점점 발전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럼에도 만족이나 쾌감을 못 느낀다. 구자욱은 "수비를 잘했을 때 쾌감을 못 느끼겠다. 아직 수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얼떨떨할 뿐이고, 당연히 해야 할 플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첫 풀타임 시즌이지만 체력적으로나 상대 분석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구자욱은 오히려 그는 "시즌 초반에 잘 모르고 경기에 임해 상대 투수들에게 많이 속았다. 이제는 투수를 상대하는 법을 조금 알 것 같다"며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그래도 경기에서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힘든 건 모르겠다. 경기가 끝나야 힘든 것이다"는 점을 강조했다.
욕심을 잊고 내실을 기하고 있는 구자욱,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숫자 이상으로 그의 가치가 빛난다. /waw@osen.co.kr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